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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Dec 28. 2023

저도 털면 먼지가 나오겠지요?

- Piaget의 도덕성 발달이론

요즘에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촬영되고 cctv에 찍혀 온라인에 까발려지고 공론화되어 신랄한 지탄을 받는 일이 많다. 심지어 다른 나라 일반인의 민망하거나 엽기적인 행동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다 같이 한심한 듯 혀를 차고 분노를 일으키지만 그런 일들이 자신을 옭아매는 자기 감시의 시작이 된다. 늘 스스로를 감시하는 카메라가 켜져 있는 거 같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에서 시작된 예의와 배려가 아닌 욕먹지 않으려고 진상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들이다.


Piaget에 의하면 인간의 도덕 단계는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1단계는 타율적 도덕 단계로 타인에게 혼나거나 벌 받지 않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행위의 결과만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단계다.


사물의 다양한 면을 살피지 못하는 유아의 인지적 특징 때문에 단편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는 단계다. 행위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 한 채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거나 단지 벌을 받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혼내거나 체벌을 가한다면 자율적 도덕성을 키우기 어렵다. 도덕적 인간이 되라고 혹독하게 혼내거나 체벌할수록 자율적 도덕성을 키우기 어려워진다. 외부에서 이미 벌을 받았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도덕성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2단계는 자율적 도덕 단계로 비로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함으로써 자율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자율적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고 행위를 한 사람의 의도를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10개 깬 아이와 이가 상하니 먹지 말라고 한 사탕을 몰래 먹으려다 접시 1개를 깬 아이 중 누가 더 나쁘냐는 질문에 타율적 도덕단계의 유아는 결과만으로 10개 깬 아이가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행위자의 의도를 파악하게 될수록 비록 접시는 많이 깼지만 엄마를 도와주려는 좋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피아제는 아이들이 전조작기를 벗어나 상황의 다양한 면을 살필 수 있고 행위자의 의도를 파악하게 됨으로써 자율적 도덕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으나 여전히 타율적 도덕단계에 머물러 있는 성인을 너무나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성인이라고 저절로 자율적 도덕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벌 받지 않고 지탄받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얼마든지 법을 어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 행동을 누군가 보고 있고 처벌받을까 봐 옳은 일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여전히 타율적 도덕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누군가가 악플에 시달리고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을 본 두려움에서 하는 도덕적 행동은 유아기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의 도덕 수준을 점점 끌어내리는 세상인 거 같다.


도덕적 실수를 한 사람들의 의도를 한 번이라도 알아봐 주려는 여유는 없이 같이 욕하고 비난하면서 나는 그보다는 나은 사람인 것 같은 기분에 잠시 취하지만 나도 언제든 저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를 감시하고 강박적으로 주변을 의식하며 행동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두 공장에서 나온 예의 바른 반드르르한 인형 같아지는 거 같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개념없다고 욕먹을까 두려워서 가식적 예의를 차리는 느낌이다.


행동의 의도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사람을 너무 궁지에 몰아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떤 한 사건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일이 너무 자주 강하게 일어난다. 특히 안 좋은 소문이나 사건이 퍼지는 데는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내가 그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 두려움이 만연한 감시사회에서는 높은 도덕성을 키우기가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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