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해 공부한다.

by 박수종

9월 초에 8박 10일간 체코와 헝가리 여행을 다녀왔다. 자유여행이라 다양한 음식과 맛있다고 소문난 체코 맥주를 좀 많이 즐겼다. 술을 좋아하지만 최근엔 속이 안 좋아 거의 안 마셨는데 맥주로 유명한 체코와 헝가리에 왔는데 하면서 평소보다 좀 많이 마셨다.


특히 체코에서 헝가리로 이동하는 6시간 40분간의 기차 여행 중 식당 칸에서 먹고 마신 음식과 맥주 맛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내 위장을 무시하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좀 무리를 했는지 다녀와서 또 속이 안 좋았고 살도 거의 2킬로가 쪘다.

기차안 식당칸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내 속은 내가 고쳐야겠다’는 단호한 마음을 먹었다. 담낭제거 후 원래 먹던 대로 음식을 빨리 먹고 과식을 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속이 많이 안 좋다. 내과에서 약을 타 먹어도 그때뿐 식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반복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가공식품과 식물성 기름으로 튀긴 음식들, 밀가루 음식과 과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끊기로 결심했다. 9월 15일에 그렇게 다짐을 쓰고 지금까지 식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전에 비하면 가공식품과 단 디저트 류를 많이 줄였다.


식단일기도 쓰고 좋은 식재료를 사들이고 또 법석을 떨기는 하는데 식단일기를 보면 그런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지 않은 날이 없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들과 외식하는 날엔 또 예전대로 먹어댔다. 양심상 디저트 먹는 걸 줄이긴 했지만 아예 안 먹진 않았다.


어제도 친구들과 돌미나리집이라는 식당에 가서 비빔국수, 미나리 전, 묵무침 같은 겉으로 보기엔 건강식 같지만 내 위장엔 치명적인 음식들을 먹고 역시나 속이 안 좋다. 식물성 기름으로 튀기듯이 부쳐내 바삭하고 맛있었지만 살짝만 눌러도 기름이 쭉 나올 것 같이 기름진 전과 매콤함 속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었을지 가늠이 되는 비빔국수도 좀 많이 먹었다.


나쁜 음식은 왜 이리도 맛있는 걸까? 그러고 집에 와서는 오늘은 어차피 망한 거 하면서 아들이 주문한 치킨 몇 조각을 먹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내가 좋아하는 과자인 예감 반 봉지를 먹고 자고 일어나서 푸석하고 부은 얼굴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시어머니가 갑자기 뇌종양으로 진단받으시고 대학병원에 들락거리며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걸 체감하고 불안하고 우울했다. 나중에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면서 무기력하게 누워계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때때로 부산을 떨며 좋은 음식에 대한 책들을 읽고 극단적으로 식단을 하다 실패하기를 십몇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에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고 걱정이 들기 시작하자 또 새로운 식단에 대한 책을 잔뜩 사고 빌려와 읽었다. 이번에는 카니보어에 대한 책이었다. 얼마 전에 식물이 인간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을 읽고 식물성 식품을 일부러 과하게 먹지는 않는데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최강의 다이어트, 카니보어 코드>, <육식혁명 카니보어>, <단지, 소고기>,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같은 책들을 읽었다. 이 책대로 건강한 육식을 하면 모든 염증이 사라지고 당장 건강해질 거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고기와 달걀, 생선 정도만 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몇일만에 2킬로가 바로 빠졌다.


그런데 이제는 살이 얼굴 위주로 빠져서 너무 늙어 보였다. 갑자기 주름이 진해지고 눈이 퀭해 보여서 아들이 “엄마도 이제 진짜 늙었구나. 예전 할머니 모습이 보여”라고 이야기해서 의욕도 사그라들고 여전히 속도 안 좋고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선지 기력이 없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 단계를 넘어서면 소화도 잘 될 거고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 계속해보려 했는데 집안 행사와 자꾸 생기는 약속에 식단이 무너지고 있다.


남편이 왜 그렇게 극단적인 식단을 하느냐고, 속이 안 좋으면 조금 먹고 나아지면 평범하게 먹지 그러냐고 하는데 난 평범하게 이런저런 음식을 골고루 먹다 보면 자꾸 나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그걸 주체하지 못한다. 아예 안 먹거나, 많이 먹는 거 둘 중에 하나밖에 못한다.


밥 먹고 나면 입가심으로 디저트와 커피를 먹고 싶고 재밌는 드라마를 볼 때도 자꾸 뭐가 먹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고 몸이 점점 나빠지는 거 같아 극단적 식단을 하는 무한 굴레에 자주 빠져든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건강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나쁜 사람에게 끌린다. 극적인 생활방식이 훨씬 친숙해서 평화로운 생활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소셜 미디어나 음주, 쇼핑, 뒷담화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도록 조장한다.”라는 내용을 <에브리데이 히어로>라는 책에서 봤다. 이런 내용은 다른 심리학책에서도 많이 봤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가 깊고 중요할수록 이런 심리상태가 되기 쉬운 거 같다. 뭔가 평화롭고 잔잔한 것이 폭풍전야 같아 오히려 불안하고 그 폭풍이 몰아쳐서 차라리 빨리 해결하고 난 후의 잠깐의 진짜 평화를 기다리는 마음 같은 거랄까?


극적인 생활방식이 친숙해서 안전하게 느낀다는 그 느낌을 알 거 같다.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때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던 거 같다. 오히려 평화롭고 조용한 상황을 잘 못 누린다는 걸 나의 나쁜 식습관을 통해서도 깨닫는다.


걱정거리가 없고 몸이 편안하면 기어이 나쁜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이걸 먹으면 또 속이 나빠지고 후회할 텐데 하면서도 그 순간의 조용한 평온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그런 위기의 순간을 넘기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시간에 그런 충동을 느낀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이 악습에 대해 통찰해야 함을 깨닫는다. 절대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은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책을 찾아 읽기를 계속한다. 남편이 보기엔 이런 내가 이상해 보이는 거 같다. 늘 실패하면서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남편은 그냥 먹고 싶은 거를 적당히 먹는데 나보다 훨씬 건강하다.


건강도 심리적 요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다. 원인을 모르는 많은 병들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평생 집밥과 건강한 채식 위주 식사를 하신 시어머니는 뇌종양으로 돌아가셨고 친정엄마도 된장찌개와 고구마를 제일 좋아하셨는데 치매시다.


내가 내 의지와 다르게 반복하는 나쁜 습관을 잘 들여다보고 그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치유해 나가서 건강해지고 싶다. 단순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누리는 법을 지금부터라도 배워 나가고 싶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안전하고 좋다는 걸, 그 이상의 자극적인 것은 결국 나를 해하는 거였다는 걸 자꾸 떠올리고 다독여줘야겠다. 그러지 않고는 유행하는 식단을 따라 한들 고무줄에 매달린 장난감처럼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진실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좋은 책들은 계속 찾아 읽을 생각이다. 매스컴에서 맥락 없이 떠드는 편파적인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건강도 결국 상업적 약 팔이의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알고 적어도 내 몸 상태에 대한 주도권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행복과 건강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라는 말을 명심하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