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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Feb 21. 2023

좋아하는 것들만 갖고 있나요?

- 과소비를 멈추는 법

비키 로빈과  조 도밍후에즈 공저인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너무 좋은 책인데 속물적인 제목과 촌스러운 표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놓칠 것 같아 안타깝다. 핵심은 본인을 잘 알고 경제생활을 하라는 거다. 시간과 생명력으로 환산할 수 있는 돈을 쓰기 전에 본인을 잘 알고 진정한 만족을 주는 곳에  쓰라는 내용이다.


“삶에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데 도움을 주고 그것을 얻는 데 방해가 되는 낭비벽을 ‘훈련’을 통해 없애게 해주는 자기 계발서이다. ‘어떻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매일 그렇게 낭비하고 있었던 거지?’ 이 훈련을 통해 재정 상황만 나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라고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잡동사니를 결핍보다 더 큰 불행이라고 표현한다. 잡동사니를 치우는 것은 분위기를 변화시켜 새로운 무언가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경제적 문제에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선행조건이라고 이야기한다. 낭비하고 생각 없이 돈을 쓰는 나쁜 습관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고 고쳐나가는데 많은 움을 주는 내용이었다.


“어떤 지출이 적절하고 만족감을 주는지 어떤 지출이 불필요한 낭비이고 창피하기까지 한 일인지 분별합니다. 분별은 우리가 가진 더 높은 수준의 능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진실을 아는 능력, 더 큰 그림을 보고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죽기 전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분별 능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내 감정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나의 다른 욕구를 대체하는 소비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소비였는지의 분별은 나를 잘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타인에게 멋지게 보이고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쓴 돈을 갚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참아야 하는 되풀이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강사의 수입은 정말 적다. 며칠을 준비하고 목이 갈라지게 강의해서 받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그렇게 낭비했다. 남편이 새벽부터 나가 눈이 침침해지도록 노트북을 쳐다보고 일한 돈을 그렇게 쉽게 써버렸다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대면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돈을 쓴다는 일이 단순히 의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을 낭비하는 일 속에 감추어진 욕망을 알아내는 것이 올바른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선행조건이었다. 진짜 내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타인의 인정인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인지, 따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인지 구별해내야 한다.


내가 지어낸 망상과도 같은 두려움과의 헛된 사투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그걸 잊고 도피하기 위해 여러 중독적 행위에 빠져드는 거였다. 이 책은 결국에 그걸 알라고 얘기해 주고 그런 자기 위안을 위한 쓸데없는 잡동사니나 사치품을 사느라 쓴 돈을 갚기 위해 또다시 하기 싫은 일을 하러 직장에 다니며 생명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큰 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존중이 필요하다. 옷이 가득한 옷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하고, 설렘과 다양성, 아름다움을 원한다. 사람들은 정체성, 공동체, 도전, 인정, 사랑, 기쁨이 필요하다. 이런 욕구를 물질적인 것들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진짜 문제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다. 그로 인한 심리적 공허함은 물질적 욕망을 불러온다. ”


몇 년 전 미니멀라이프를 하기 위해 정리를 하면서 아이들 책과 장난감,  옷더미들을 보며 너무 부끄러웠다. 비싼 옷은 사지 않는다는 위안을 하며 사들인 싸구려 옷들이 산더미였다. 내가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사들인 옷들이다. 인정받고 싶고 돋보이고 싶었나 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도 있어서 중년 아줌마에게 어울리지도 않을 이쁘기만 한 옷들을 사놓고 한 번도 입고 나가지 못했다. 그냥 소유함으로써 예쁜 것을 소유한다는 순간적인 만족을 추구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들을 보고 비슷한 싸구려 가구나 소품들을 사기도 했다. 그걸 사면 내 집도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체리색의 전셋집에 어울리지 않았고 외양만 비슷한 싸구려 물건은 우리 집에서 또 하나의 잡동사니로 변해 있었다. 결국 집을 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겼을 때 그런 핫하다는 물건이 없어도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정말 원하는 가구나 물건을 신중하게 고른다. 값이 조금 나가도 기다렸다가 원하는 걸로 구입하게 되었다. 여러 번 상점을 방문하고 그 물건이 있는 집의 사진을 보고 우리 집에 왔을 때 어울릴지를 머릿속으로 여러 번 그려봤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꼭 갖고 싶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구입했다. 그렇게 채워나가자 물건은 많지 않지만 원하는 물건들로만 채운 지금의 집은 좀 더 내 취향에 맞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를 때 공허하고 외적인 것에 몰두하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알아나가고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때 보이는 것에 덜 민감해지는 것 같다. 물건과 대면하는 일을 자주 해야겠다.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가. 내가 왜 이 물건을 원하는가?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신중하게 물건을 사야겠다. 조금만 느슨해지면 바로 옛날 습관이 튀어나온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할 때 매일매일 인터넷으로 쇼핑하고 물건을 받고는 곧 그 물건을 잊는다. 그런 일을 이제 그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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