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주 차, 3주 남았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휴직 3개월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 듯 하지만, 그만큼 잘 놀았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그동안 살이 찌긴 했지만 마음은 단단해졌고,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나를 봐도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
휴직동안 아이를 전적으로 케어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이가 학교 가면 집에서 케어하고 싶었던 내 로망을 실현하는 시기였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 보다 여유 있게 아이를 등교시키니 아이의 불안한 마음도 많이 좋아졌다. 아이 학원 방학이나 열이 나거나 이빨이 빠졌을 때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일찍 하교해야 하는 일정에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었다. 25년도 돌봄 신청 기간을 하루 남기고 발견했어도, 서류 준비를 능숙하고 빠르게 준비해서 기간 안에 신청할 수 있었다. 삼 형제 가족의 초대로 평일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이랑 둘이서 강릉까지 여행도 다녀왔다. 초보 운전 2년 차인데 고속도로 장거리 여행은 도전이었지만, 기꺼이 용기 낼 수 있었다. 다행히 길이 직선이라 속도가 올라가도 무섭지 않았고, 곳곳에 있는 과속방지 카메라가 반가웠다. 아빠들 없이 엄마들끼리 떠난 여행은 용기 낸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를 등교시킨 이후에는 아침을 챙겨 먹고, 운동을 가거나 한의원을 갔다. 시간적 압박 없이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으니 삶의 주도권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릴스를 보다가 3시간이 순삭 되어도, 낮잠을 3시간씩 자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피곤했나 보다 좀 쉬어주는 시간도 필요하지. 하고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발바닥 통증을 무시하지 않고 한의원을 챙겨가고, 턱의 여드름 치료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면서 아픈 나도 잘 돌봐주었다. 특히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온 시간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치유하는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나와 엄마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내가 차고 있던 족쇄를 발견했고, 인식하고 나니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 '경계'를 세울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카드값 결제일이 지날 때마다, 비상금을 털어 쓰고 있는 상황이 옳은 것인가 싶어서 일하러 가야 하는지 고민하다 보면 다시 우울해졌다. 노니까 너무 좋은데 다시 등 떠밀려서 일하러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는 현 상황 또한 불안하다. 떨어졌던 육아 효능감을 충분히 채우고 나면, 사회적 효능감도 채우러 이제 출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욕도 조금씩 올라온다. 다시 바빠지는 생활을 한다면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 무엇보다 휴직을 시작했던 원인이 다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맞닥뜨릴 수 있을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황을 그려보면서 시뮬레이션을 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서, 회사에 연락해 봐야겠다. 아직 시뮬레이션 중이라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3주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까 차분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