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40대에 새로운 회사를 선택했을까

19년을 떠나게 만든 질문 하나

by 김까미

1. 인정받았다는 감각, 그리고 쌓이는 신뢰

수습 3개월이 끝나기도 전에 연봉 협상을 했다. 입사 당시에는 이전 연봉에서 17%를 낮춘 금액을 제안했었다. 그때는 새로운 선택을 위한 감수라고 생각했다.


오늘 제안받은 금액은 달랐다. 내가 처음 제시했던 연봉에서 12%가 인상된 금액이었다. 입사 이후의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감각이 분명히 느껴져서 기뻤다.


면접 당시 대표님이 했던 “연봉은 다시 맞춰드리겠다”는 말이 지켜졌고, 그 경험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2. 오래된 동료의 연락, 그리고 질문 하나

마침 오늘, 전 회사에서 같은 팀으로 오래 일했던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근황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왔다.


‘나는 왜 이 시점에, 40대 초반의 나이에, 19년을 다닌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을까?‘


그 답은 명확했다.

나는 능력을 인정받고, 서로 배려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에서 일할 때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나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그 스트레스는 곧 자책이 되고,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나는 환경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나는 나를 지키고, 잘 살기 위해 선택했다.


3. 작은 톱니바퀴가 아니라, 다른 퍼즐 조각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문화 속에서 일하는 경험이 다시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거대한 조직 안에서 나는 잘 굴러가고는 있었지만, 결국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했다. 그 조직을 벗어나면 바스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서 보니 나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다른 모양에 맞는 퍼즐 조각이었다.


이곳에서도 처음부터 딱 맞았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는 꽤 빠른 시간 안에 적응했고, 조직에 스며들며 일을 하고 있다.


4. 불안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여전히 일하다 보면 과거에 익숙해졌던 불안의 패턴이 올라온다.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한숨을 반복해서 쉬거나, 숨이 얕아져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멈춘다. 지금 상태를 인지하고, 나를 들여다본다. 심호흡을 세 번 한다. 화장실에 다녀와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해야 할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 항상 잘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나씩 연습하고 있다.


5. 이곳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

이 회사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자존감과 업무 효능감이다. 내 생각과 동료들, 상사들의 생각을 조율하며 일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고, 그 결과를 성과로 확인하고 싶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하겠지만, 이곳은 나에게 새로운 분야다. 그래서 도메인 지식과 함께, 나의 역량 자체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싶다.


이 과정을 앞으로 기록하려 한다. 일단 시도해 보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조정하는, 이른바 ‘삽질의 과정’을 솔직하게 나누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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