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회의는 해야지
회사에는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데이 반차 제도가 있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주어지는 휴가인데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중에 사용할 수 있는 규칙이 있다. 마침 2월의 둘째 주는 설 연휴 전 주여서 금요일에 쓰는 사람이 많았다. 동료 한 명은 금요일 오전 반차까지 붙여서 사용했고, 두 명은 사용하지 않았다. 최소 팀별 한 명은 출근을 하기로 규칙을 정했기에 반차를 얼른 선점했다.
나는 반차를 내고 남편은 연차를 내고, 시골에 금요일 오후에 출발할 계획을 세웠다. 연휴 동안 시골에서 우리 가족끼리 여행하며 쉬다 오기로 계획을 짰다. 목요일 저녁에 짐을 미리 다 싸두고 나는 출근해서 오전에 근무를 하고, 연차인 남편이 방학한 아이를 챙겨서 점심을 먹고,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데리러 오기로 했다. 회사에서 시골로 출발하는 것이 거리가 50km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방식이었다.
변수는 갑자기 생긴 수요일 야근이었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퇴근했지만, 9시 30분 퇴근은 체력에 한계를 확인하게 했다. 목요일은 어떻게 버틸 체력이 될 것 같지만, 금요일에는 체력이 방전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연차로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 순간, 금요일 오후 1시 30분으로 소장님과 함께하는 월간 회의가 초대되었다. 바로 연차를 포기하고, 남편에게도 1시 30분이 아닌 2시 30분에 데리러 오라고 연락을 했다.
그렇게 출근한 금요일 오전은 예상 대로 넋이 자꾸 나갔다. 직원들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괜찮으시냐고 물어본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사업실과 이미 확인한 사항을 다시 또 확인했다. "네. 네. 그랬죠. 맞아요."만 반복하는 내가 바보 같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잠깐 반짝 살아났다가 다시 퓨즈가 나갔다. 오전 확인해야 하는 이슈만 간단히 확인을 더 하고, 월간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요새 어떤지 물어보는 소장님의 체크인 질문에 "오늘은 좀 힘드네요. 자꾸 넋이 나가요."라고 전하며 휴가를 고민했었다가 월간 회의를 해야겠어서 휴가를 안 냈더니 자꾸 넋이 나간다고 솔직히 나의 컨디션 현황을 공유했다. 팀장은 이 시간 밖에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고 미안하다고 전하기에 괜찮다고 남편이 1시간 뒤에 데리러 온다고 전했다. 팀의 운영 방안 중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소장님에게 간단히 공유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팀장이 전날 이면지를 정리하다가 내가 처음 왔을 때 전해주었던 온보딩 문서를 찾았다며 운을 띄웠다. 그 문서를 봤는데, 지금 그 세 배를 하고 계시다며 소장님께 말해주어서 부끄러웠다. 사실 프로젝트 3-4개 정도를 맡아서 운영해 달라는 미션이었는데, 지금 11개쯤 담당하고 있다. 절반 정도는 팀원 두 명과 같이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는 메인을 하고 있다. 팀장이 담당하는 기술 검토와 설계가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모두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솔루션 분야도 담당은 하지 않지만, 담당 직원이 어려움은 없는지 계속 물어보고 체크하고 있다.
담당해야 하는 범위를 확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사실 팀장이다. 그도 기술 검토와 고객 응대하느라 정신이 나가 보여서, 그가 잘 챙기지 못하는 지점에서 고객 불만과 사업실의 불만, 개발자들의 힘겨움이 눈에 보였기에 전면에 나서서, 담당을 맡았다. 그런 나의 활약(?)을 소장님도 파악하고 팀이 흘러가는 방향을 이해하고 계신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혼자 하느라 지치지 말고, 팀장한테도 시키라고 나눠 가면서 같이 하라고 조언을 해주시기에 알겠다고 팀장 상태 봐가면서 요청하겠다고 했다. 너 혼자 다 해내라는 요구가 아니라,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는 이야기 같아서 배려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한 달에 한 번, 나와 팀원들의 업무 방향이 소장님의 방향과 어긋나지 않고 잘 가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나 이슈가 있는 부분을 소장님과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 월간 회의는 빠질 수가 없다. 조직에서 팀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리더와 함께 확인을 해야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의 만남이지만 업무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나의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는 굉장히 중요했다. 휴가를 내지 않은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