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더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책임님이 팀장 하셔야죠.

by 김까미

팀장과는 격주로 1:1 미팅을 한다. 얼마 전 미팅에서는 퇴사하겠다는 폭탄선언을 들었고, 그 이후 미팅에서 상황이 업데이트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팀장으로 세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팀장이 소장님께 보고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혹시 소장님이 다음 팀장으로 나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스치자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얼떨떨함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두려움과 걱정이 함께 밀려왔다.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상황이 주어지면 하는 거지.
나는 사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내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려면 결국 리더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팀장이나 리더 자리를 꿈꿔본 적이 없다. 이전 회사에서는 내가 한 일의 결과와 인사평가가 늘 다르게 느껴졌고, 평가에 따른 연봉 차이도 크지 않았다. 조직문화 역시 성과를 균등하게 나누는 분위기가 강했고, 팀장 자리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팀장의 요구사항과 팀 KPI에 맞춰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이런 것들이었다.

“그 정도가 최선이냐.”
“더 할 수 있지 않느냐.”
“왜 그렇게 일했느냐.”
“방향이 틀렸다.”

그 시간을 지나며 수많은 고민과 시도를 반복했고, 결국 나의 일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해졌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더 살아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변화된 태도는 퇴사 후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그 답을 따라 선택해 왔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감각을 느낀다. 의견을 제시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이런 말들이다.

“그럴 수 있겠네요.”
“한번 해보죠.”
“이렇게 하니까 좋네요.”

그래서 팀장이라는 제안을 들었을 때, 마냥 쪼그라드는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우선 그 기쁜 마음을 충분히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마음 한편에서 계속 ‘팀장’이라는 단어가 맴돈다. 그 단어에는 책임이 붙어 있고, 결정이 붙어 있고, 결과가 붙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팀장이 되면,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팀장이 “괜찮으세요?” 하고 먼저 물어봐준다. 힘들어 보이면 알아채고, 멈추게 도와준다. 그런 존재가 사라지는 게 싫다. 리더가 된다는 건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는 일인데, 나는 아직 누군가에게 돌봄도 받고 싶다. 어찌 되었든 팀장이 된다는 건 승진이고, 월급도 오를 것이다. 좋은 점을 먼저 생각해 보려 했다. 내가 생각하는 팀장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려보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회사가 조금 재미없어졌다. 재미로 다니는 건 아니지만, 텐션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아마도 나는 아직 ‘기대받는 나’와 ‘책임져야 하는 나’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글로 쓰고 보니,

내 마음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인다. 나는 리더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사실 지금의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를 이끌 만큼 단단해졌을까,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한 사람일까.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안다. 나는 도망치고 싶어서 이 질문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것. 두렵지만, 기쁜 마음도 분명히 있었고, 그 기쁨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준비가 된 다음에 리더가 되는 게 아니라, 리더가 되면서 준비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솔직하다. 그리고 그 솔직함으로 한 걸음 더 생각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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