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의 조건

조금씩 손을 벌릴 용기

by 감자

허겁지겁 취업을 했다.

불경기에 취업했다니 다행이다, 너라면 잘할 줄 알았다, 이번 명절에 안부를 나누며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정작 난 체하듯 사회로 나와버린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좋지 않은 관계에서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애를 썼고, 그중 한 수단이 취업이었을 뿐이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로 취업과 독립을 동시에 하게 된 나는 딱 한 달을 즐겼다. 온갖 새롭고 낯선 것들에 대한 즐거움이 가득한 사회가 좋았다. 그리고 30일이 지날 때 즈음 느껴지는 건 타지살이의 고달픔 같은 것들이 몰려왔다.




피할 수 없는 것들

신입인 데다 한창 회사가 바쁠 시기에 휴직 대체로 들어온 나는 배워야 할 것도, 당장 맡아야 할 것들도 많았다. 당시 팀에 신입이 두 명이었지만 한 분은 경력직이었고 다른 한 명이 나였다. 자연스레 날 제외한 다른 팀원들에게 일이 몰렸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두어 개의 일도 숨 막히듯 버거웠다. 몇 번이고 말한 것 같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 나는 나 때문에 제일 힘들었다.

팀 분위기는 훌륭했다. 누군가의 사업이 시작될 때면 다 같이 제 일인 것처럼 업무분장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 같이 그 일을 맡아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나의 첫 사업이 시작될 때,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너무 버거워서 매일 퇴근하고 나면 집에서 엉엉 울었다. 심한 날이면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 문 앞에서부터 훌쩍였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그게 티가 나버렸는지, 팀원들은 나를 "엄청나게" 티 나지 않는 선에서 격려했다. 나는 그들에게 차마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내 담당이니까, 내가 맡은 일이니까, 어떻게든 해내야지, 내가 해야지. 하지만 나는 아는 게 없어서 해낼 줄도 몰랐다. 팀원들이 업무분장을 해달라고 요청해도 어떻게 나누어주어야 부담도 되지 않고 현명한 분장이 되는 건지 몰랐다. 도움을 내어줄 사람들이 많은데도 도움을 청할 줄 몰랐다. 그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내 욕심이 제일 큰 이유였다.




도와줄 거 있으면 꼭 얘기해요.

내 담당 사업이 시작 직전까지 왔고, 모든 팀원들이 발 벗고 나서주었다. 그리고 난 그 직전까지 계속 헤맸다.'



"전 뭐 해야 해요?"



내가 맡은 일인데 협조 요청을 받은 사람들에게 되려 물어보고 다녔다.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 맡은 '총괄'을 어떻게 해내야 할지 몰랐다.

일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우리는 사업 참가자로부터 '너무 즐거웠다'는 "찬사 전화"를 받으며 마무리했다. 이름만 내 이름이지, 사실 팀 이름을 내걸어도 모자란 사업이었다.


일이 진행되면서부터 끝나기까지, 사실은 지금도. 매일 같이 내게 하시는 말들이 있다.

도와줄 게 있으면 꼭 이야기하라는 말. 원래 일은 다 같이 하는 거라는 말. 누구나 도움을 요청해도 되지만 나는 더더욱 그래도 된다는 말.

감사했다. 행복했다. 진심으로 발 뻗고 편히 잠에 들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야 말로 진정한 자립의 조건이다.

언젠가 한 번 본 글귀다. 난 여태 '무조건 나 혼자서' 해내야만 자립이 되고 독립이 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은 애석하게도 기대어야만 서로가 공생하는 동물이라. 나는 어설픈 자립과 독립을 해내려 애쓰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설프니 내가 나에게 질려 흐트러질 수밖에.

부모님께 용돈 받는 일도, 아무것도 모를 때 물어보는 일도, 죄다 어설프게 혼자 하고 있었다.


도와달라고, 더 나아가 살려달라고 손을 뻗는 게 절대 부끄럽지 않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 이 자리를 빌어 회사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또 전해본다. 입이 닳도록 말해서 난 이미 '감사봇'이 되었지만... 내게 너무 행복했던 기억을 만들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나도 언젠가 당신들 같은 선임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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