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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 유형에 어울리는 저술 방식은 무엇일까?

저한테 잘 맞는 저술 방식을 찾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지수에요.”

“반가워~ 잘 지내지?”

“네~ 별일 없이 애들 키우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작가님은요?”

“나도 강의 하고 원고 쓰면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지. 그래 어쩐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제가 며칠 전에 미영 언니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연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주제가 ‘성격 유형’이었는데, 강연 시작 전에 공연팀이 퍼포먼스도 하고, 강연 중간에 직원들이 상황극도 해서 재미있었어요.”

“그랬었구나. 그렇지 않아도 나한테도 초청장을 보냈던데, 강의 일정과 겹쳐서 못 가봐서 아쉽네. 그런데?”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저도 작가님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운 게 많았던지 얼마 전부터 책을 내려고 원고를 쓰고 있어요.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남편도 애들을 봐줄테니 열심히 써보라고 적극적으로 등을 떠밀더라구요.”

“그 동안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학습법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고, 책도 많이 보고, 독서토론 동아리 운영 경험도 풍부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근데, 원고를 쓰다가 ‘성격 유형’ 관련 내용을 다루게 되었는데, 갑자기 원고를 쓰는 일은 ‘성격 유형’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의문이 들더군요. 책을 봐도, 강의를 들어도 그런 사례는 없는 것 같아서 작가님께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어요.”

“일단 찌찌뽕~ 나도 최근에 학습자 유형에 따른 학습지도 방법을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성격 유형과 인지 유형에 대해 교안을 만들고 있었어. 마침 마무리가 거의 다 되어가니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작가님과 저는 통하는 데가 있나 봐요. 얼른 말씀해 주세요.”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통화하기는 괜찮은 거지?”

“네, 애들은 남편에게 잠깐 봐 달라고 했으니 염려마세요.”     

“그럼 시작해 볼까? 우선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검사도구에는 DISC, MBTI, 에니어그램 등이 있는데, 요즘에는 에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을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더라고. 그런데 9가지도 복잡하다면서 3가지로 줄인 게 있어서 소개하려고 해. 성격유형은 이성형(머리형), 감성형(가슴형), 행동형(장형) 등 세 가지로 나누어져. 이성형은 머리의 지식 에너지를 주로 쓰고, 지식을 가치있다고 여기며, 꼼꼼하게 따져보고 ‘되면 한다’ 주의고, 감성형은 가슴의 감정 에너지를 주로 쓰고, 사람을 가치있다고 여기며, 마음이 끌리는지를 보고 ‘분위기 되면 한다’ 주의며, 행동형은 아랫배 부근의 몸 에너지를 주로 쓰고, 물질(돈)을 가치있다고 여기며, 일단 행동부터 해보는 ‘하면 된다’ 주의야.”

“어머, 저도 그 이론에 가장 관심이 많이 갔어요. 3가지 성격 유형을 우리 집 식구들에 적용해 봤더니 저랑 둘째 딸은 감성형, 남편은 머리형, 큰 아들은 행동형이더군요.”

“그래? 우리 집도 나는 머리형, 아내와 큰 아들은 감성형, 둘째 아들은 행동형으로 각기 달라.”

“저희 집처럼 매일 티격태격 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겠군요.”

“뭐, 얘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엔 ‘그려러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참, 대단하세요.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게 있어서.”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성격 유형에 따라 선호하는 공부 방식이 다른데, 이성형은 혼자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면이 있어서 학습 플래너 작성이나 노트 필기를 즐겨 하지. 감성형은 함께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파트너 카드 학습법을 재미있어 해. 행동형은 실험이나 실습을 좋아하고, 조별 토론이나 발표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그래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잘 지켜봐야 겠네요.”

“성격 유형과 함께 인지 유형도 알아두면 좋아. 인지 유형은 우리가 뭔가를 배울 때 인식해서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지. 인지 유형도 시각형, 청각형, 운동감각형 등 3가지로 나누어져. 시각형은 ‘좋게 보이는데?’, ‘나는 그것을 본다’, ‘그것이 정당해 보인다’처럼 눈과 관련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며, PPT나 판서, 프린트물 등 시각자료를 활용한 수업을 잘 이해해. 청각형은 ‘좋게 들리는데?’, ‘그것은 바로 들린다’, ‘잘 들어봐’처럼 귀와 관련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며, 설명을 많이 하는 수업을 좋아하지. 운동감각형은 ‘해보면 좋겠는데?’, ‘나는 저것이 상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만진다’처럼 행동과 관련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며, 실험이나 체험 중심의 수업을 선호해.“

“그것 참 재미있네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저는 청각형이고, 남편은 시각형인 것 같아요.”     


“그래~ 성격 유형처럼 인지 유형도 사람마다 다르지. 자 이제 ‘성격 유형’과 ‘인지 방법’을 교차시켜 서 세 가지 학습자 유형을 나누어 볼까? 이성형(머리형)은 시각형에 가까우므로 ‘시각적 이성형 학습자’에 해당되고, 감성형(가슴형)은 청각형에 가까우므로 ‘청각적 감성형 학습자’에 해당되며, 행동형(장형)은 운동감각형에 가까우므로 ‘운동감각적 행동형 학습자’에 해당돼. 그리고 유형에 따라 선호하는 배움의 방식이 달라.”

“오호~ 성격 유형만 알고 있었는데, 인지 방법까지 추가되니 새로운 학습자 유형이 나오는 군요?”

“계속 얘길 들어봐~ 일반적으로 ‘시각적 이성형 학습자’는 텍스트(책)를 통해 배우고, ‘청각적 감성형 학습자’는 사람을 통해 배우며, ‘운동감각적 행동형 학습자’는 놀이(체험)를 통해 배우는 것을 선호해. 배우는 방식이 다를 뿐 어떤 유형이든지 배우고 있는 것이지. 이제 왜 나랑 너희 집 신랑은 책과 친하고, 너랑 우리 집사람은 사람과 친하며, 너희 집 첫째랑 우리 집 둘째가 책과 라이벌? 관계인지 이해가 될 거야.”

“그러게요.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도통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얼마나 힘이 든지 모르겠어요.”

“우리 집 둘째도 그래. 세 돌이 다 되어가는데, 동물 이름은 아직도 헷갈리면서 자동차와 로봇은 이름과 모양까지 정확하게 구분 한다구. 책 내용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자기가 아는 동물이나 물건이 나오면 그거 얘기하느라 바빠.”

“그렇잖아요.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학교에 가면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운동감각적 행동형 아이들은 원래 갖고 있는 특성이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하는 수업 환경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해. 이건 나중에 따로 자세히 얘기를 나누자고.”

“네~ 조만간 제가 아이들 데리고 한 번 찾아뵐 께요.”       

“그려~ 이제 성격 유형에 따라 원고 집필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고. 이건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생각해 낸 거라 아직까지 연구가 덜 된 거니 감안하고 들어봐. 내 생각에는 ‘시각적 이성형 학습자’는 책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하는 방식을 선호하니 비문학 분야의 자기계발서를 쓰면 좋을 것 같아. ‘청각적 감성형 학습자’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을 선호하니 문학 분야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면 잘 맞을 거야. ‘운동감각적 행동형 학습자’는 가만히 앉아서 머리 쓰는 일을 워낙에 싫어해서 사실 책 쓰는 일과는 상극이야. 하지만 강의하는 것은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 강의 내용을 녹음했다가 타이핑 해서 비문학 분야의 강연록 형태의 책을 쓰면 될 것 같아.”

“와~ 작가님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씩 방향이 잡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세 가지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를 한 가지씩만 알 수 있을까요? 그럼 이해가 잘 될 것 같아요.”

“음~ 정확한 건 아니지만 ‘시각적 이성형’에는 공병호 박사님의 <공병호의 독서노트>, ‘청각적 감성형’에는 한비야 작가님의 <그건 사랑이었네>, ‘운동감각적 행동형’에는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질문만 하면 금방 답변을 하시니 도깨비 방망이라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럼 작가님은 어떻게 원고 집필을 하시나요? 사실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안 하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이 없으니 얘기할 일도 없었겠지. 지금 얘기하면 되지 뭐. 우선 나의 학습자 유형을 살펴보면 성격 유형 관련해서 MBTI는 INTJ(과학자형) 유형인데, 전체적으로 조합하여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야. 에고그램은 평론가형 코치인데, 자신의 생각이나 진정한 영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론적으로 표현할 줄 알며, 상품 설명에도 뛰어난 사람이지. 에니어그램은 5번 머리형적 머리형이야. 상징어는 탐구전문가, 상징동물은 부엉이고, 특징은 명쾌한 논리와 지혜로 빛나면서 지식을 얻고 관찰하는 사람이지. 지난 번에 유형분석을 해주는 상담사가 9개 항목에 18점 만점이 나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놀라워 하기도 했어. 인지 방법 관련해서는 ‘시각형’인데, 가전 제품을 사면 사용설명서부터 꼼꼼하게 읽어보는 걸 보면 확실하지.”

“맞아요. 저도 성격유형 공부하면서 작가님이 머리형인 것 같더라구요. 근데 5번 머리형적 머리형의 18점 만점인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예전에는 3번 머리형적 가슴형이 1순위로 나온 적도 있었는데, 최근 10년 동안 주로 한 일이 독서와 저술,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보니 탐구분석 쪽으로 더욱 치우쳐서 그런 결과가 나왔나봐.”

“뭐, 어때요? 뭐든지 확실한 것이 좋은 것이죠.” 

“그런가? 아무튼 내가 ‘시각적 이성형 학습자’라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우표나 포스터 수집하는 게 취미였고, 브로슈어(커리큘럼)나 도서 목차를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이런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독서학습법을 주제로 30권 가까이 책을 내면서 주로 기존에 나와있는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서머리 한 후에 이걸 다시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원고 집필을 한 것 같아.”

“맞아요. 소장님 책을 보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서랍 속에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느낌이 들어요. 빈틈이 없어서 조금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저는 작가님 책을 거의 대부분 읽어서 그런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는 기분이라서 더 좋아요.”     

“그렇게 얘기해주니 고마워. 결론을 짓자면 원고 집필을 하기 전에 자신의 성경 유형이나 인지 유형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시각적 이성형’은 비문학 자기계발서, ‘청각적 감성형’은 문학 에세이, ‘운동감각적 행동형’은 비문학 강연록 형태의 책을 쓰는 게 잘 맞을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작가나 코치에게 책쓰기 코칭을 받는다면 더욱 좋겠지?”

“그럼 저는 소설을 많이 내신 이OO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해 봐야 겠네요. 남편은 작가님의 코칭이 필요할 것 같구요.”

“그래~ 다음에 놀러 올 때 남편도 같이 오면 되겠네.”

“네~ 남편도 무지 기뻐할 것 같아요. 질문을 할 때는 이렇게 대단한 정보를 얻게 될지는 몰랐어요. 정말 질문의 힘은 위대한 것 같아요.”

“도로시 리즈의 <질문의 7가지 힘>이란 책을 보면 첫 번째 힘으로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하라구~”

“네~ 그럴게요.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다음에 뵐께요.”

“그래~ 잘 지내~ 안녕~”      


강의나 코칭, 상담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질문을 하는 사람보다 질문을 받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학습자 유형에 따른 대표적인 도서를 소개하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처럼 짜릿함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새로운 콘텐츠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맛 때문에 책만 쓰는 게 아니라 강의나 코칭도 하나봅니다. 지수 덕분에 참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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