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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려면 유명해야 할까?

청소년 교육봉사 단체 운영 노하우를 책으로 내고 싶어요

몇 년 동안 재능기부로 청소년 교육봉사 단체를 후원했습니다. 그 단체에서 청소년 관련 포럼을 연다고 초청장을 보내와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를 성공리에 마친 후에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여고생 2명이 긴히 할 말이 있다면서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습니다. 대기실에 갔더니 임원진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찬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책을 출간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시, ‘들이대’ 정신이 충만하네~ 처음에 재능기부 강의를 부탁할 때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더니 말이야~(웃음).”

“죄송해요. 저희가 워낙에 도전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보니.”

“괜찮아~ 나는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구. 그래 책을 내고 싶다고?”

“네, 저희가 서울시 희망누리 활동을 통해 만나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을 기부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소셜 벤처를 설립했던 걸 잘 아실 거에요.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마포구, 관악구, 금천구, 광진구, 중랑구, 동작구에서 120여명 정도의 중고등학생 멘토들이 수 백명의 초등, 중등 저소득층 멘티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최근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데, 그 동안의 스토리를 책으로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나도 적극적으로 찬성해.”

“그런데 저희가 책을 어떻게 내는지 전혀 몰라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우선 책을 내려면 출판 기획안과 샘플 원고가 있어야 해. 네가 초청장을 보냈던 이메일 주소로 관련 파일을 보낼테니 양식을 참고해서 자료가 완성되면 다시 보내줘. 내가 알고 있는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달해줄게.”

“정말요? 이렇게 흔쾌히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사실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네요.”

“지금까지 알아서 잘 해 왔잖아. 이번에도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라구.”

“네, 오늘 바쁘실 텐데도 참석해 주시고, 저희들의 부탁도 들어주셔서 두 배로 감사드려요.”

“그래, 너희들도 수고 많았고. 다음에 기획안 나오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자고.”

“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 곧바로 출판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메일로 보냈고, 그날 저녁에 감사하다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쯤 지났을 때 자료를 완성해서 이메일로 보냈으니 검토해 달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바로 접속해서 메일을 열어 봤습니다. 한 달 동안 정성스레 원고를 쓴 것 같아서 시간의 여유를 갖고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짬을 내서 원고 검토를 마친 후에 10명 정도의 출판사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답장이 왔습니다. 모두 부정적인 피드백 일색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을 솔직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전화를 했습니다.     

“출판 기획안 검토 결과를 많이 기다렸지?”

“아니오.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라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어요.” 

“그랬다면 다행이네. 우선 결과부터 말하면 10곳 정도의 출판사 모두 출간이 어렵다고 하네.”

“그래요?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출판사가 출간 결정을 하는 데는 3가지 정도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야. 좋은 콘텐츠의 작품이냐, 읽어줄 독자가 많냐, 우리가 낼 수 있는 책이냐 등이지. 대부분 콘텐츠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더군. 그런데 생소한 스토리다 보니 읽어줄 독자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도 하고, 비교할 만한 기존에 출간된 책도 없어서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도 하고, 인지도가 거의 없는 아이들의 책을 냈다가 실패할 수도 있어서 리스크 부담이 크다고도 하더라고.”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하면 출판사의 OK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야. 내 생각에는 콘텐츠는 그 동안의 스토리 만으로도 충분히 차별성이 있을 것 같고, 표현력은 부족하다면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고, 결국 브랜드가 문제인 것 같아. 만약 너희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되어 큰 이슈를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면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했을 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공식적으로 단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

“네, 그렇지 않아도 몇 군데 신문사와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고, 한 방송사에서는 저희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촬영하겠다는 연락도 받았어요. 저희가 책을 내는데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되겠군요.”

“그거 참 좋은 소식이네.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가 되면 나한테도 정보를 줘. 내가 관리하는 카페나 블로그, SNS 등에도 소개해 줄테니.”

“네, 매번 알아서 도와주시니 너무 감사드려요.”

“어쨌든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쉽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테니 실망하지 말고 더 노력해 보자꾸나.”

“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들의 출판 계획은 그렇게 미완성으로 끝났고, 공동 대표 2명은 대입을 치르느라 입시생으로 치열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둘 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한 명은 한국의 명문대에 진학했고, 또 한 명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한 곳에 진학했습니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추진력을 잘 알고 있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멋진 스토리를 만들 거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스토리를 다시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꿈이 책으로 완성될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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