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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나 작가, 1인 기업가는 얼마나 버나요?

대기업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강사나 저술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10년이 넘게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다 보니 책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지인들이 가끔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자동차 대기업에 다니는 커뮤니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대학생 국토순례단 O기 회장을 맡았던 박대리라고 합니다. 저도 선배님처럼 강의도 하고 책도 쓰는 일에 관심이 있는데, 궁금한 것을 여쭤 봐도 될까요?” 

“반가워요. 그래, 어떤 게 궁금한가요?” 

“주변에서는 대기업에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람쥐 채바퀴 돌듯이 일에 찌들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가 자연스레 강의와 저술을 하는 1인 기업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그러다 며칠 전에 국토순례단 정기 모임에 나갔다가 선배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드린 겁니다. 제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 강사나 저술가로 활동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선택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테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요. 대기업 사원이 동물원의 맹수라면 프리랜서 강사나 저술가는 야생의 호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물원의 맹수는 사육사가 끼니 때 마다 밥을 챙겨주니 호위호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우리 속에 갇혀 있어서 자유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야생의 호랑이는 어디든 발길 닿는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 매번 직접 사냥에 나서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바로 제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죄송하지만 강의나 저술을 통한 수입이 어느 정도 되나요?”

“직장인의 연봉이 개인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듯이 강사나 저술가의 수입도 각양각색이에요. 강사는 강의를 할 때마다 정해진 강사료를 받게 되고, 저술가는 칼럼을 쓰거나 책을 낼 때마다 계약금과 협의된 인세를 받게 되지요. 강사료의 수준은 회당(2시간 기준) 10만원 미만의 초중고 학교 방과 후 강사부터 회당 50만원 미만의 초중고대 학교 특강 강사, 회당 100만원 이상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특강 강사까지 있어요. 방송에 출연하는 스타 강사의 경우 회당 1,000만원이 넘는 강사료를 받는 경우도 있고, 해외의 유명한 동기부여나 성공학 연사의 경우 회당 강연료가 1억원이 넘는답니다. 저술가 중에 칼럼니스트는 한 편당(A4 3장 내외)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고, 작가는 한 권당 50만원의 계약금에 도서 가격의 10% 정도의 인세를 받아요. 1만원 정도의 책이 100권 팔리면 10만원, 1,000권 팔리면 100만원, 1만권 팔리면 1,000만원 정도의 인세를 받게 되지요. 그런데 인세를 지급하는 조건이 출판사 마다 달라요. 보통은 1년에 2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산해 주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정산해 주는 곳도 있고, 1년에 한 번 정산해 주는 곳도 있으며, 출간이 되면서 1천~2천 부의 인세를 한꺼번에 정산해 주기도 하고, 다음 쇄를 찍을 때라야 정산해 주는 곳도 있어요. 출판 계약을 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인세율과 정산 방식이지요.”    

“그럼 월급으로 200만원 정도를 받는 직장인에 비유하자면 강사는 회당 20만원 정도 되는 강의를 매월 10번 이상 해야 하고, 칼럼니스트는 편당 20만원의 칼럼을 매월 10편 이상 써야 하며, 작가는 매월 2,000부 정도의 책이 팔려야 하는군요.”

“혹시 회계 담당인가요?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네요(웃음).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게 있어요. 직장인의 월급은 정해진 세금만 내면 되지만 강사나 저술가도 개인 사업자와 같기 때문에 세금 이외에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가요. 강사는 강의를 할 때마다 출장을 갈 때처럼 교통비와 식대, 숙박비가 들어가지요. 직장인은 회사에서 출장비를 지원해 주지만 강사들은 강사료에서 충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강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거나 교육을 받느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강의 기회를 얻기 위해 영업을 하는 것처럼 강사 커뮤니티 모임에도 정기적으로 나가야 하지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직장인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저술가는 출장비는 들어가지 않지만 저술을 위한 도서나 강의를 많이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계발비가 많이 들어가지요. 요즘에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도움을 주려고 대외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관련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지요. 그런데 강사보다는 작가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좀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출판 시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 1쇄(2천부)만 나가도 베스트셀러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1쇄로 1천부만 찍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강사와 저술가를 병행하는 1인 기업가가 많아요. 그리고 강사료와 인세만으로는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수강생들에게 참가비를 받는 강좌를 운영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강좌들도 워낙에 포화상태라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아서 폐강되는 경우가 많아요.”     

“방송이나 언론, 강연회 등에서 유명한 분들만 뵙다보니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돼서 제가 실상을 잘 몰랐던 것 같네요.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강의와 저술 분야도 양극화가 심하다고 보면 되요. 소수의 스타 강사와 작가는 경제적 풍요를 누리지만 다수의 강사와 작가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야생의 호랑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지요. 강사나 작가가 되기 위한 목적을 성공이나 부에 둔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 강사나 작가가 되어야만 하는지 자신만의 분명한 이유(사명이나 비전, 목적 등)가 있어야만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을 겁니다. 나도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식과 정보, 지혜를 일반화시키는 최고의 멘텟(Mentat=지식정보가이드)이 되자’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온갖 시련과 역경, 동료압력과 사회압력 속에서도 10년이 넘게 꾸준히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몰랐던 부분까지 자세하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나도 기쁘네요.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독립을 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사무실도 서로 가까운 곳에 있으니 시간 날 때 한 번 찾아와요.”

“네, 안녕히 계세요.”     

그 뒤로 그 후배는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상에 충실하기로 선택을 한 것이겠지요. 아직까지 변화를 위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었을 때 오늘의 코칭이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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