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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금주, 다이어트, 책쓰기 중 뭐가 어려울까?

부모님이 물려준 사업을 그만두고 경제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원고 집필을 마무리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중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이, 상꼴라!”

너무 오래간만에 듣는 학창 시절의 별명이라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별명이 타임머신 역할을 해서 곧바로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나도 금방 또래 모드가 되어 대답했습니다.

“그래, 돌배야. 반갑다.”

공부도 잘하고, 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지냈던 친구는 내가 감히 별명을 함부로 부르자 기분이 나쁜 걸 참으면서 농담을 했습니다.

“어라? 예전에는 찌질해서 내 별명을 입에 담는 걸 상상도 못했던 녀석이 많이 컸네. 마이 커써!”

“결혼해서 애들도 두 명이나 키우는 아빠니 많이 크긴 했지.”

나도 질 새라 썰렁한 농담으로 되받아쳤습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는 본격적인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래, 오래간 만에 전화를 한 이유가 뭐냐? 혹시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려고 한 거냐?”

“짜식, 누가 범생이 아니랄까봐 계속 썰렁한 농담만 하는 구나. 그게 아니라 내 얘기 좀 들어봐. 내가 아버지가 하시던 건설 자재 사업을 물려 받은 건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요즘 경기가 워낙에 안 좋다보니 수익성이 악화돼서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나는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어. 그러다가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청소년 경제교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지. 서점에 가서 경제경영 분야 책도 살펴보고, 경제 관련 강의도 들어보고,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의 홈페이지도 들어가서 커리큘럼도 비교해 봤어. 그러다가 갑자기 니 생각이 나더라. 니가 청소년 학습법교육을 하면서 책도 쓰는 일을 하고 있잖아. 그래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려고.”

“그렇구나. 그럼 어서 물어봐. 아프지 않게 살살~”

“짜식, 요즘 그런 아재 유머 하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데, 똘똘이 스머프처럼 개구진건 여전하구나. 내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전에 은행에 다녔었고, 한 동안은 회사 인수합병 전문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었잖아. 그래서 내 커리어와 관련된 전문 분야를 ‘경제’로 정하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찾아봤지. 주변에 아는 선후배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음대를 나와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와이프와도 얘기를 많이 나눴어. 그러다가 ‘청소년 경제교육’으로 범위가 좁혀진 거야.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교육 내용에 담으면 되겠더라고.”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이미 사업 계획서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 같은데, 바로 시작하면 되지 뭐가 고민이냐?”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경제 관련 커리어는 충분한데, 저서가 없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책 내는 노하우 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

“그랬구나. 그래 원고는 좀 썼니?”

“아니, 아직 원고는 안 썼고, 얘기부터 들어보려고.”     

“그럼 책쓰기의 핵심 포인트만 간단히 말해줄게. 일단 책을 쓰려면 출판 기획안과 샘플 원고부터 작성해야 돼. 출판 기획안은 경제경영 분야의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원고 기고 메뉴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고, 웹에서 바로 작성할 수도 있어. 샘플 원고는 보통 A4 20장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해. 그런데 요즘에는 출판사들 사정이 워낙에 어렵다 보니 책을 내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단다. 그래서 출판 기획 미팅 때 검토를 제대로 하기 위해 A4 100장 내외의 완성된 원고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하다면 내가 제안해서 통과된 출판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메일로 보내줄게.”

“일단 니가 얘기한 대로 해봐야 겠구나. 내 이메일 주소를 문자로 찍어줄테니. 보내줘.”

“그래, 또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고마워. 다음에 또 연락하자. 좋은 하루~”     


그렇게 통화를 한 후 몇 번 더 전화가 왔었고, 직접 만나서 몇 차례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원고 관련 얘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바쁜 회사 업무와 아이들 셋을 키우는 일상생활을 하느라 원고 쓸 틈이 없었을 겁니다. 책을 내려면 원고를 써야 하고, 원고를 쓰려면 집필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하며, 집필 시간을 내려면 일단 책상에 앉기부터 해야 합니다. 책상에 앉더라도 원고에 집중하려면 전화나 문자, 카톡도 무시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통 금연이나 금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독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독한 수준을 나누어 본다면 다이어트가 가장 어렵고, 금주, 금연 순입니다. 왜냐하면 금연은 스스로 담배만 끊으면 되지만 금주는 함께 술 먹는 친구들과 멀리해야 하고, 다이어트는 식습관과 운동습관, 생활습관 등 일상생활 습관을 모두 바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책쓰기는 어느 정도 독해야 할까요? 책쓰기도 일상에 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만큼이나 어렵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아니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보다 책쓰기에 성공한 사람을 주변에서 더 만나기가 어렵다는 걸 생각한다면 책을 낸 사람이 더 독하다고 할 것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상 모드를 집필 모드로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책을 내겠다는 마음과 다르게 시작도 제대로 못하는 것입니다. 그 친구도 몇 년째 청소년 경제교육 저자의 꿈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사업을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일상 모드에서 집필 모드로 바뀌는 일은 언제쯤 일어날까요? 그건 며느리도 모릅니다. 다만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도할 뿐입니다. 그게 작가가 되는 첫걸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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