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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왜 문제가 될까?

유대인의 역사와 사회 이야기 #1

2017년 12월 6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이스라엘 내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이스라엘은 기뻐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주변의 아랍국가들,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우려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왜 이렇게 큰 국제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중심부에 위치한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유일신 종교들의 공통 성지다. 약 3,000년 전 사울이 이스라엘을 건국한 후 다윗과 솔로몬에 의해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성지가 되었다. 약 2,000년 전 예수가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한 예루살렘은 기독교(로마 가톨릭교, 동방정교회, 개신교)의 성지가 되었다. 약 1,500년 전 아브라함의 장자 이스마엘의 혈통인 무함마드(마호메트)가 이슬람교를 창시하고, 알라의 계시를 받기위해 하늘로 승천한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의 성지가 되었다. 로마 제국의 통치 시절에 반란을 일으켜 예루살렘에서 추방당한 유대인들은 2천 년 동안이나 나라 없이 세상을 떠돌게 되었고, 그 사이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랍계 민족들이 살게 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립하며 다투고 있는 예루살렘은 물리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어떤 나라의 소유도 아니다. 영국은 1915년 '맥마흔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국가 건설을 약속했고, 1916년 '사이크스-피코 밀약'을 통해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중동지역을 나누어서 차지하는 협약을 맺었으며, 1917년 '벨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도 약속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참사와 박해, 학살을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하고는 고향 땅인 예루살렘 주변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300년이 넘게 자신들의 땅에서 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들 땅에 들어와 국가를 세우려는 유대인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과거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이스라엘과 현재의 주인임을 내세우는 팔레스타인은 크고 작은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시작된 이유는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알고 보면 탐욕과 음흉함으로 가득 찬 제국주의 영국이 이중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고 있던 영국은 자신들의 간교한 계략으로 문제가 커지자 골치 아픈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이 문제를 유엔에 떠넘겼다. 1947년 11월에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지구와 아랍인 지구, 국제연합 통치령(예루살렘 포함)으로 분할하여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를 동시에 수립하는 결의안(181조)을 채택했다. 결의안에 따라 아랍인들이 살고있던 팔레스타인 지역은 유대인이, 가자와 요르단 지역은 아랍인이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게 되었고, 어떤 나라도 수도로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948년 5월 14일에 이스라엘은 벨푸어 선언을 근거로 유대 국가 수립을 선포했고, 예루살렘은 동예루살렘(요르단령)과 서예루살렘(이스라엘령)으로 분리되었다. 아랍 국가들은 즉각적으로 반대했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분쟁은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선포한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1948년 5월 15일에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아랍 연합군은 이스라엘 독립 선언에 반대하며 공격을 감행했다. 제1차 중동 전쟁(1948년 5월 15일~1949년 3월 10일, 이스라엘 독립전쟁)은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의 물질적, 정보적 지원에 힘입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지구 전체와 아랍인 지구의 약 60%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제2차 중동전쟁(1956년 10월 29일~1956년 11월 7일, 수에즈 전쟁)과 제3차 중동전쟁(1967년 6월 5일~1967년 6월 10일, 6일 전쟁), 제4차 중동전쟁(1973년 10월 6일~1973년 10월 26일, 욤 키푸르 전쟁) 등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이스라엘은 영토를 조금씩 늘려나갔다. 4차례의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기존의 서예루살렘에 이어 동예루살렘도 점령했고, 독립 초기의 8배가 넘는 영토를 갖게 되었다.         


1980년 7월 30일 이스라엘 국회는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 관한 기본법>을 통과시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표했지만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1980년 8월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78호 결의안을 통해 이스라엘의 주장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유엔의 모든 회원국의 대사관들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있으며, 사실상 텔아비브가 이스라엘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직후인 2017년 12월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4일 뒤 2017년 12월 22일에 유엔 총회는 '예루살렘 결의안'을 상정했고, 128개국 찬성, 35개국 기권, 9개국 반대(미국과 이스라엘 외 7개 중소 국가)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의 주권이 유엔 총회로부터 공격당하는 모욕을 받았다."면서 예루살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들의 이름을 메모해 두겠다며 노골적인 공갈과 협박을 했다. 그리고 예루살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거나 기권, 불참한 유엔 회원국들을 연말 파티에 초대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서 적색경보를 발령한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 총회에서 128개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된 '예루살렘 결의안'을 지키지 않는다면 유엔과 국제 사회에 대해 선전 포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전개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 진북 하브루타 연구소 추천 <하브루타를 위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영화 리스트>

-> http://cafe.naver.com/zinbook/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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