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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를 극복한 하버드 대학원 교수 ‘토드 로즈’

학습장애(학습부진)를 극복한 스토리 #7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注意力缺乏過剩行動障碍)를 뜻하는 말로써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력이 부족하며,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지시를 따르고 과제를 완수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ADHD인 아이는 뇌의 도파민 분비량이 적어서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기 때문에 과잉행동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ADHD는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건망증이나 불안증상, 초조함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ADHD가 정신장애기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해야한다는 입장과 진화과정에서 생긴 정신상태이므로 치료가 아니라 코칭을 해야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런 ADHD를 극복하고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된 사람이 바로 토드 로즈Todd Rose다. 그는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로써 전 세계 석학들이 지식을 나누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는 '변형가능성 프로젝트(Project Variability)’를 통해 학습자 개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로즈는 어릴 때부터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였다. 추운 겨울날 목욕을 하고 나온 벌거벗은 동생을 문밖에 내놓고 문을 잠그기도 했고, 엄마에게 '천사'라고 불리는 여동생이 정말 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2층에서 밀어버리기도 했으며, 낯선 사람의 자동차에 충동적으로 돌을 던지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미술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취폭탄 여섯 개를 터뜨려서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결국 로즈는 의사로부터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로즈가 온갖 악동짓을 저지르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ADHD의 증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주지 않은데 대한 반항심도 컸다. 한번은 국어선생님이 가장 멋진 시를 쓴 학생에게 초콜릿바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로즈는 3일 동안 밤을 새며 열심히 시를 써서 제출했다. 평소에 시 쓰는 것을 좋아했고,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시를 잘 쓴다고 칭찬도 받아왔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F'였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로즈의 어머니는 학교에 찾아가 그동안 아이가 쓴 시를 보여주면서 선생님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로즈는 자신을 인정하지도 믿어주지도 않는 선생님 때문에 큰 실망감과 패배감에 빠져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이 사건 이후로 로즈는 더 이상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고, 무기력과 부정적 피드백이 되풀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로즈는 만약 그때 선생님이 자신을 믿어줬다면 스스로를 문제아가 아니라 작가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자신감을 상실한 로즈는 전교 꼴찌가 되었고, 결국 졸업점수 미달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백화점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귀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자 결혼식을 올렸고, 몇 달 후에 아들이 태어나서 열 아홉 살에 아버지가 되었다. 로즈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을 했지만 어떤 직장에서도 3개월 이상 붙어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일자리를 옮겨다녔다. 처음에는 활기차게 일을 잘 했지만 매일 똑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지루함을 느껴서 반복되는 일을 참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동료들은 '타고난 게으름뱅이'라고 불렀다. 

방황하던 청년이 하버드 대학원생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부모님의 정서적인 지지가 컸다. 로즈의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학습장애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으며, 꾸중이나 처벌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했다. 아들이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하지 않았고, 언제나 아들 편을 들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공격으로 지친 아이가 집에서만큼은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힘을 얻기를 바랬다. 그녀는 늘 '너는 좋은 사람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로즈의 아버지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실수한 다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네가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쉽게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니, 실패할 때마다 지적 도전의 기회로 여기려무나.' 등의 말로 격려해 주었다.      


부모님의 조언에 자신감이 생긴 로즈는 집 근처의 평생학습기관인 커뮤니티 칼리지(대학)의 야간강좌를 들으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학과 대인심리학 등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공부를 스스로 선택했기에 재미를 느끼며 열정적으로 공부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다행히도 대학의 교수님들은 고등학교 선생님들과는 달리 로즈를 훌륭한 학생으로 대했다. 과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이건 너 답지 않은 행동이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다운 것'이 대학에서는 긍정으로 정의되었던 것이다.      


특히 심리학과 줄리앤 아버클Julianne Arbuckle 교수는 로즈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어느 날 로즈가 결혼기념일 외식을 하느라 연락도 없이 수업에 빠지자 아버클 교수는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로즈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된다면 수업을 휴강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로즈는 큰 감동을 받았고, 아버클 교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전 과목 A학점을 받는 우등생이 되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로즈의 스토리는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의 생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로젠탈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한 후에 무작위로 선정한 20%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했다. 8개월 후에 다시 지능 검사를 실시했더니 명단에 속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도 높게 나왔고,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믿음과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로즈가 수강한 과목의 교수들은 모두 그를 우수한 모범생으로 인식했고, 로즈도 그에 걸맞게 행동함으로써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로즈에 대한 교수들의 지원은 계속 이어져서 연구조교로 채용하기도 했고, 하버드 대학원에 추천을 해주기도 했다. 로즈는 고등학교를 중퇴한지 7년 만에 하버드에 입학했고, 그의 성공 스토리는 잡지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수업시간에 무심코 던지는 말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고, '수업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선생님을 대하는 거리낌이 없는 '무례한 행동‘은 배움에 대한 에너지가 넘치는 '창의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ADHD 아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고 어떤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로즈의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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