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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와 전래동화의 세 친구 이야기

진정한 관계란 어떤 것일까?

탈무드와 전래동화의 세 친구 이야기 - 진정한 관계란 어떤 것일까?


어떤 나라에 착하고 바르게 사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왕궁에서 신하가 찾아왔다.

신하는 남자에게 왕께서 부르시니 서둘러 궁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남자는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신하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신하는 왕의 명령을 전하고 돌아갔다.

남자는 혹시 자신이 무슨 잘못한 일은 없는지 걱정이 되었다.

남자는 겁이 나서 혼자서는 못 갈 것 같아서 친구에게 함께 가 달라고 부탁해 보기로 했다.

남자는 가장 친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는 남자를 걱정해 주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무슨 화라도 미치면 어떡하냐며 거절했다.

남자는 두 번째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도 친하긴 하지만 첫 번째 친구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두 번째 친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자 그 친구도 난처해하며 궁 앞까지만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남자는 세 번째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는 그냥 알고지내는 사이라 부탁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지만 한 번 얘기는 해보기로 했다.

세 번째 친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자 그 친구는 남자의 손을 잡으며 흔쾌히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남자가 착하고 바르게 살아서 벌을 주지는 않을 거라며 혹시 벌을 내리더라도 자기가 잘 말씀드려보겠다고 했다.

남자는 고맙다고 하고 그 친구와 함께 궁으로 갔다.

왕은 착하고 바르게 산 남자에게 선물을 주려고 불렀던 것이었다.

그 친구는 진심으로 축하하며 착하고 바르게 살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남자는 힘들 때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진정 소중한 친구라며 고마워했다.

남자는 친구에게 왕의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친하게 지냈다.


옛날에 성인이 되어서도 학업을 멀리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그 철부지 아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몇 명인지 알아보라고 시켰다.

아들은 돼지를 잡아 지게에 실어 가마니로 덮고는 밤새도록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을 찾아 다녔다.

아들은 자신이 실수로 사람을 죽였으니 보호해 줄 것을 친구들에게 부탁하였다.

하지만 그 친구들 중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그를 보호해 주었다.

그 일로 인해서 그 아들은 진정한 우정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학업에 매진해 장원급제를 하게 되었다.


살다보면 위 이야기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를 겪게 될 때가 있다.

최근에 어떤 사람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급하게 2억원이나 되는 중도금을 상환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요즘에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그 사람은 가족, 친척, 지인 등 여기저기 연락해 돈을 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위 이야기처럼 어떤 사람은 평소에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사람은 자신도 얼마 전에 새 아파트로 이사하느라 가진 돈을 모두 끌어모은 터라 빌려줄 돈은 없지만 대신 여기 저기 알아봐주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1억원이 넘는 큰 돈을 흔쾌히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물론 그 사람은 친척과 친분이 있어서 친척을 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


경제위기를 어렵사리 극복한 그 사람의 얘기를 무용담처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탈무드와 전래동화의 친구 이야기는 권선징악과 교훈적인 메시지가 강해서 부탁을 들어준 친구는 '진정한 친구'고,

부탁을 거절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혼 전 30대에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40대 후반이 되니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생활의 모습은 제 각기 다르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그때 그 만큼의 여력이 되었던 것이고,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사람은 그 나름의 사정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어렵게 부탁을 했는데 거절 당하면 섭섭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것도 평소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거절 당하면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심은 잠깐이고, 우리의 삶은 길다. 내 처지를 돌아보며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문제가 잘 해결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앞으로 비슷한 일이 주변에 생겼을 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는 것이 지혜로운 생각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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