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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매니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문학 글쓰기를 위한 3단계 프로세스(필사, 요약, 초서)

초등학생까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문자, 카톡, 메일, 트윗, 댓글 등 SNS 글쓰기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대부분 글쓰기 매니아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끄적이는 것은 그나마 괜찮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나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전달해야 하는 글은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글쓰기는 크게 문학 글쓰기와 비문학 글쓰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문학 글쓰기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시나, 수필, 소설 형식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비문학 글쓰기는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칼럼이나 설명문, 논설문 형식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문학 글쓰기와 비문학 글쓰기의 형식을 섞어서 스토리 텔링이나 대화체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 창조사회에서는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전문 분야의 비문학 글쓰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문학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비결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서 고민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고,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비문학 글쓰기 훈련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필사, 요약, 초서로 이어지는 3단계 비문학 글쓰기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만족하고, 독자들로 호평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 믿습니다.      

1.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필사 훈련법     


독서나 학습 관련 강의를 하다보면 필사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원래 필사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 전체를 옮겨 적는 것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작심삼일에 그칠 확률이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다가 옮겨 적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문장이나 대사를 노트나 연습장에 베껴쓰는 것으로 필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옮겨 적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문장 선택의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객관적 시점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을 찾는 것이고, 주관적 시점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표현, 몰랐던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거나 새로 알게 된 부분,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 등을 찾는 것입니다.       


필사를 할 때는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이 좋지만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필사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컴퓨터로 필사를 해서 파일 형태로 하드디스크나 웹, 클라우드에 저장해두면 글쓰기나 강의를 할 때 콘텐츠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문장이나 대사를 한 두 줄 쓰다 보면 조금 긴 문단을 필사하게 되고, 문단이 여러 개 모이면 단원(챕터)이 되며, 단원이 몇 개 모이면 요약집(서머리)이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필사량을 늘려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필사 노하우가 생길 겁니다.       


<최고의 글쓰기 연습법 베껴쓰기>의 저자 송숙희 대표는 글을 잘 쓰는 베껴쓰기 기본 훈련법으로 ‘매일 1,000자 내외의 신문칼럼을 한 편씩 베껴쓰기’를 제시한 후에 베껴쓰기를 제대로 마스터하는 심화 훈련 방법으로 ‘프랭클린 7단계 베껴쓰기’를 소개합니다. 프랭클린 7단계 베껴쓰기는 2004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발간한 ‘1학년생들의 읽기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6가지 방법'을 토대로 개인적인 경험, 코칭 경험, 데스킹 경험을 추가해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1단계는 ‘프리뷰잉 미리읽기’로써 신문에서 베껴쓸 칼럼을 고르며 읽는 것입니다. 

2단계는 ‘액티브리딩 읽기’로써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3단계는 ‘카핑’으로써 골라낸 칼럼을 베끼는 것입니다. 

4단계는 ‘필터링’으로써 베껴쓴 것을 원문과 대조하며 읽고 고쳐 쓰는 것입니다. 

5단계는 ‘리리딩’으로써 베껴쓴 것을 다시 읽는 것입니다. 

6단계는 ‘모니터링’으로써 읽은 것을 더 잘 이해하는 일련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7단계는 ‘앵커링’으로써 모니터링한 내용을 글로 써보며 자기화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참여형 독서'와 '힐링 독서' 바람이 불면서 시와 소설, 에세이 등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필사도 할 수 있는 책이 잇달아 출간되었습니다. 필사 관련 책들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필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필사를 도와주는 책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되기 때문에 필사를 실천하기가 한결 수월해 졌습니다. 앞으로 ‘필사 도우미’들을 통해 읽기에 익숙하지 않는 분이나 필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좀 더 쉽게 필사에 도전하게 되길 바랍니다.      

2. 필사를 활용한 Mentat 서머리 요약 기술     


다양한 책으로 필사를 오래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깁니다. ‘Mentat 서머리 요약 기술’은 다년간의 필사 경험과 학습법 이론을 바탕으로 완성한 독특한 실전 글쓰기 훈련법입니다. 이 방법은 저술과 강의를 통해 독서학습법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멘텟(Mentat)은 리처드 헌터의 <유비쿼터스>라는 책에 나오는 단어로써 ‘지식정보가이드’를 뜻하는 말입니다. 책 한 권에 ‘Mentat 서머리 요약 기술’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첫째, 제목과 목차, 머리말, 맺음말을 읽습니다. 둘째,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통독하며 줄거리와 개요를 파악합니다. 셋째, 책을 정독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표시합니다. 넷째, 80/20법칙에 근거해 핵심 내용을 필사하며 서머리(요약) 합니다. 다섯째, 서머리 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서 일상에서 활용합니다. 여섯째, 블로그와 카페, SNS 등 인터넷을 적극 활용합니다. 일곱째, 꾸준히 지속해서 실력으로 만듭니다.      


처음부터 책 한 권을 이런 식으로 요약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한 페이지만 정해서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한 페이지를 다시 한 번 정독(정확히 읽기)하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된 부분에 색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표시를 합니다. 그리고나서 표시한 문장을 그대로 필사합니다. 필사를 한 후에 다시 그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을 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한 페이지에서 필사한 부분이 5줄 내외라면, 필사한 내용을 요약하면 3줄 내외가 될 겁니다.  

    

다음에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두 페이지로 늘려서 필사를 한 후에 요약을 해 봅니다. 그 다음에는 세 페이지로 늘려서 필사를 한 뒤 요약합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페이지를 늘려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책 한 권을 20% 분량으로 필사, 요약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필사를 한 뒤에 요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표시된 부분을 보면서 필사를 하지 않고 바로 요약을 하는 수준에 다다를 겁니다. 그 순간이 바로 지식과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경지에 이른 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3. 필사와 요약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초서’로     


‘초서(抄書)'란 필사나 요약한 내용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듯이 덧붙여 기록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메모를 해 가면서 필사나 요약하는 것‘입니다. 필사나 요약을 한 후에 ‘저자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을까?’ 등 떠오르는 생각과 의문들을 덧붙여서 메모하면 됩니다. 모든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의문은 ‘?’표가 떠오르는 순간의 메모를 통해 구체화 되며, 메모를 하면서 기록을 통해 생각을 붙잡아 두게 됩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나 이익의 《성호사설》과 같은 책들은 모두 이런 필사와 요약, 메모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태서 지어진 책입니다. 지금도 박물관에서 옛날 책을 보면 페이지의 여백에 작은 글씨로 메모를 하고, 붉은 먹으로 점을 찍고 밑줄을 친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초서 방식 글쓰기로 생각이 쌓이고 지식이 쌓여서 식견(識見)이라는 것이 생겨납니다. 식견이란 세상을 보고 사물을 이해하는 안목을 말하는데, 책을 읽는 목적이 바로 이 안목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천연 된장을 만들려면 먼저 콩을 씻어서 삶은 후에 메주를 만들고, 짚으로 엮기 좋게 말린 다음에 따뜻한 방에서 발효를 시킵니다. 곰팡이가 생긴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서 분해 숙성시킨 다음에 간장과 된장을 분리해서 다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필사’가 작가의 생각을 손으로 흡수해서 메주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초서’는 작가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더해져서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 발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사’가 작가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이라면 ‘초서’는 제2의 저자가 되어 작가의 견해에 비추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초고(草稿)를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사’가 쓰는 연습이라면, ‘초서’는 생각 연습이니 ‘초서=필사+생각’이라는 공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겠군요.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초서 노트를 만드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집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저기 멀리서 미래의 작가가 환영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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