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나의 생각은 어떻게 한 권의 책이 되는가?

아이디어 하나로 책(특강)을 만드는 콘텐츠 프로듀싱의 비결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로 필사와 요약, 초서를 해보라고 했더니 몇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월요일 등굣길에 아이와 말다툼을 하면서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분도 있었고, 황혼의 노부부를 예로 들며 존재 자체가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댓글 하브루타를 하면서 작은 생각이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 시작했고, 한 권의 책으로 그려졌습니다. 지금부터 아이디어 하나로 책을 만드는 '콘텐츠 프로듀싱(Contents producing, 콘텐츠의 기획, 제작 등을 총괄하는 일)'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려 합니다.       

'행복'에 관한 책을 읽거나 '행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황혼의 노부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처음의 생각은 "황혼의 노부부처럼 수 십 년의 세월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가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확장했더니 "황혼의 노부부처럼 가족과 이웃들을 존재 자체로 바라보면 일상의 매 순간을 행복 파티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2~3줄 정도의 좋은 글감 하나는 SNS로 짧은 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달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한 편의 칼럼을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책쓰기를 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 멀어 보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 프로듀싱'입니다.      


먼저 '황혼의 노부부'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을 생각해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여행을 갔다가 찍은 기념 사진을 보며 "저 때 참 좋았지."라고 말씀하시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사진'에 대한 생각이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감동적인 노부부의 사진'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정장을 입은 할아버지가 사진기 렌즈로 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바라보는 장면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타이머를 맞춰놓고 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나오네요. 두 분의 스토리와 함께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한 단락 정도(5줄 내외)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감동적인 노부부의 사진'이 실려 있는 블로그에서 노부부 관련 새로운 콘텐츠도 몇 개 얻게 됩니다. 하나는 지하철 택배원으로 일하는 70대 할아버지가 페이스북에 "회사에서 '좋아요' 1만 번이 넘으면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데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67만 명이 ‘좋아요’로 응원해준 덕분에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감동 스토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살면서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는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리포터가 그 노부부를 인터뷰 하러 찾아갔습니다. 리포터가 비결을 묻자 할아버지는 신혼여행 첫 날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키우던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와 할머니 손을 할퀴자 할머니는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고양이가 또 할머니를 물자 할머니는 '둘'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 고양이가 다시 물자 할머니는 총을 꺼내서 고양이를 쏴 죽였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깜짝 놀래서 엉겁결에 '이런 미친X 왜 갑자기 고양이를 쏘고 난리야!'라고 화를 내며 욕을 했더니 할머니는 차분하게 '하나'라고 말했답니다. 그 뒤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미국식 유머는 이런 게 아닐까요?           

'노부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부모님과 함께 봤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영화에는 10대에 결혼해서 76년이나 연인으로 살아온 89세 소녀감성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스트 할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두 분은 어딜 가든 알록달록 천연색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걸어갑니다. 봄에는 꽃을 꺾어서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에는 개울가에서 개구쟁이처럼 물장구를 치며, 가을에는 낙엽을 던지며 장난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놉니다. 노환으로 기력이 약해지면서 몸져 눕게 된 할아버지가 얼마 후 먼저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대성통곡을 하며 이별을 슬퍼합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우리도 저 분들처럼 평생을 신혼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말씀하시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노부부' 하면 생각나는 노래도 있습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들어봤더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곱고 흰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모습, 막내아들 대학 시험 전 날 밤 새워 기도하는 모습, 큰 딸 결혼식 날 눈물 흘리던 모습이 머릿 속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동고동락했던 평생의 동지를 먼저 떠나 보내는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언제 그 순간이 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그 때 기억나는 장면이 될 수 있도록 현재를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노부부'와 관련된 책도 있는지 검색해 봤더니 몇 권이 나오는군요. 척 보셀리노와 제니 보셀리노가 함께 쓴 <보셀리노 부부이야기/미션월드라이브러리>, 츠바타 히데코와 츠바타 슈이치가 함께 쓴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윌스타일>, 린 마틴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글담>, 노승무의 <무수골 작은 집/따님>, 박시현과 김준호가 함께 쓴 <저도 양말 정도는 기울 수 있어요/따님>, 김정희의 <내 곁에, 당신/알에이치코리아>, 송성희의 <정말 좋은 세상이다/미래의창> 등이 관련 책입니다. '황혼'으로 검색하면 300권 정도의 책이 검색되며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박건삼의 <황혼의 혁명/레드북주식회사>, 강주헌의 <내 황혼이 일으킨 유쾌한 반란/가이드포스트>, 이회승의 <아름다운 황혼을 준비하라/가정행복학교> 등이 대표적인 도서입니다.      


이렇게 '황혼의 노부부'를 주제로 경험, 사진, SNS, 유머, 영화, 노래, 도서 등의 콘텐츠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A4 1장 내외의 훌륭한 칼럼이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칼럼은 어떻게 책이 될까요? 보통 250페이지의 단행본 책은 5챕터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한 챕터는 10꼭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전체는 50꼭지 정도로 목차가 이루어지며, 한 꼭지는 A4 2장 정도의 칼럼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A4 2장 정도의 칼럼이 10개 정도 모이면 하나의 챕터가 되고(A4 20장), 챕터가 5개(칼럼 50개) 정도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입니다(A4 100장).       


한 편의 칼럼을 어떻게 쓰는지는 위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이번에는 한 개의 챕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영 화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포털에서 '황혼의 로맨스 영화'로 관련 영화를 검색해 봅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해피엔딩 프로젝트>, <장수상회>, <더 퀸>, <라벤더의 연인들>, <어웨이 프롬 허>,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위크엔드 인 파리>, <사랑은 너무 복잡해>, <해로>, <죽어도 좋아> 등의 영화를 하나씩 보면서 줄거리와 느낀 점을 '노부부의 행복'에 포커스를 맞춰서 한 편씩 칼럼으로 완성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글감이 잘 떠오르고, 어떤 영화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한 챕터를 구성하려면 2배수 정도의 영화가 필요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관련 영화'나 '함께 많이 본 영화'를 클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20편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될 겁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영화를 10편 정도 골라서 리뷰를 작성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글을 쓰면 됩니다.      

'노부부의 행복' 관련 영화 10편에 대한 리뷰가 콘텐츠로 준비되면 자연스럽게 2시간 정도의 특강도 가능합니다. 정리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편한 사람은 작가로써 책을 쓰면 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편한 사람은 강사로써 강의를 하면 됩니다. 작가와 강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작가와 강사가 되는데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 노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런 작업을 혼자 알아서 합니다. 하지만 책을 써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런 일이 가보지 않은 세상처럼 막막하게만 느껴질 겁니다. 그럴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콘텐츠 프로듀싱이 가능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생각의 날개가 돋기 시작하면 뭔가 끄적이고 싶어서 가만히 있기가 어려울 겁니다. 제가 10년이 넘도록 새벽에 일어나 뭔가를 끄적이는 것도 생각 날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생각 날개를 활짝 펼치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함께 창공을 비행할 예비 천사작가를 환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SNS 매니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