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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블로거들이 책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문학 책쓰기의 3단계 문일지십, 일필휘지, 관주위보

주변을 둘러보면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글쓰기와 강의를 위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면 놀랄만한 ‘표현력’을 갖춘 블로거들도 많고, 대학에서 국어국문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분들도 많으며, 백화점과 마트의 문화센터나 공공기관의 평생교육원 등에서 글쓰기 과정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 분은 굉장히 적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교육과 혁신 연구소'의 이혜정 소장은 <대한민국의 시험>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연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첫째, 연구 주제 선정. 둘째, 선행 연구 분석. 셋째, 연구 절차 설계. 넷째, 연구(조사, 실험) 수행. 다섯째, 결과 분석. 여섯째, 해석, 논의 결론 등입니다. 많은 연구자가 첫 번째 ’연구 주제 선정’과 여섯 째 ‘해석, 논의, 결론’을 가장 힘들어 합니다. 반면 두 번째~다섯 번째 과정은 자신 있어 하고 실제로도 잘합니다. 단독 연구보다는 공동 연구가 많은데, 그 안에서 공동 연구자들의 역할은 서로 다릅니다. ‘연구 주제 좀 주세요’라는 말은 이미 첫 번째가 정해진 연구에서 두 번째~다섯 번째를 맡겨 달라는 뜻입니다. 언론에서는 새로운 기사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실력 있는 기자의 지표입니다. 예술에서는 새로운 컨셉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실력 있는 예술가의 지표입니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 실력 있는 경영인의 지표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첫 번째 ‘연구 주제 선정’과 같은 영역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핵심이 되는 영역은 첫 번째 '연구 주제 선정'이며,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를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입니다."     


이혜정 소장의 말을 책쓰기에 비유하면 출판 분야에서는 새로운 집필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작가나 편집장의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집필 주제는 ‘출판 기획’이란 말로 바꾸어도 됩니다. 즉, 책을 출간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적은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글을 독자와 출판사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기획력’과 ‘구성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책을 쓰려면 ‘기획력’과 ‘구성력’, ‘표현력’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보통 많이 쓰다보면 '표현력'이 길러지고, '표현력'이 좋아지면 훌륭한 구성을 하게 되며, '구성력'이 향상되면 뛰어난 기획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파워 블로거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표현력'을 갖추었음에도 '기획력'과 '구성력'이 부족해서 책을 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구성력과 기획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구성력’을 키우려면 책을 보거나 필사를 할 때 ‘목차’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사와 초서’ 방식을 응용해서 목차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수정보완 하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기획력’을 키우려면 책의 제목과 띠지에 있는 메인 카피에 주목해야 합니다. ‘필사와 초서’ 방식을 응용해서 제목을 그대로 베껴 쓰거나 나름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제목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표현력과 구성력, 기획력을 종합적으로 키우려면 '문일지십', '일필휘지', '관주위보' 등 세 가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뜻으로써 지식과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만 여러 사람과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일필휘지(一筆揮之)란 '단숨에 줄기차게 글씨나 그림을 훌륭하게 그려낸다'는 뜻으로써 습득된 지식과 정보를 잘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한 가지 주제로 독서토론을 한 후에 짧은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됩니다. 관주위보(貫珠爲寶)란 '구슬이 서 말이라도 잘 꿰어야 보배다'란 뜻으로써 지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원하는 컨셉과 방향에 따라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짧은 글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비슷한 글끼리 묶는 연습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책쓰기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문일지십'과 '일필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문일지십’ 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일필휘지' 하기 위해 글쓰기 교육과정에 참여해서 많은 글을 씁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 중에 책을 내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책을 쓰려면 ‘문일지십’과 ‘일필휘지’보다 ‘관주위보’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력과 구성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글쓰기 실력이 충분한 예비 작가라면 기획력과 구성력이 뛰어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저자의 꿈은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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