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기: 우리의 길 2화

에피소드 2: 첫 행군, 첫 번째 위기


국토지기: 우리의 길


에피소드 2: 첫 행군, 첫 번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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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 띠리리 띠리리’


새벽 4시, 행진팀 텐트에서 알람이 울렸다.

첫째 날 일정은 해남 땅끝마을 토말비에서 시작될 예정이었다.

토말비는 숙영지인 송호리 해수욕장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강민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허리부터 시작해 다리까지 쑤셨다.

그는 자면서 몇 번을 깨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 누군가의 뒤척이는 움직임, 그리고 자리가 낯설어 눈만 감고있다가 겨우 잠들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앞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까?’


조장 이서연의 목소리가 강당처럼 울렸다.


“다들 일어나세요! 토말비로 출발해야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지만, 조원들의 얼굴은 영 반응이 없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텐트 속에서 버티려 했고, 누군가는 억지로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민우도 머리를 헝클이며 텐트에서 나와, 준비 운동을 하려는 듯 허리를 돌렸다.


옆 텐트에서 불침번을 섰던 대원 중 한 명이 행진팀은 자정이 넘게까지 미팅을 하느라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것 같다고 말했다.

텐트 밖으로 모인 대원들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를 따라서 토말비로 향했다.


토말비에 도착하자 민우는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것이 실감났다.

조금 있으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잠시 후에 행사의 성공과 모든 대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회장을 선두로 최고참, 행진팀, 각 조장들이 돼지 입에 돈을 집어넣으니 입이 찢어질 것처럼 보였다.

활짝 웃는 돼지를 보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모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각 조별로 기념사진을 찍고, 전체가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한 목소리로 국토지기 구호를 외쳤다.


“젊음이 있기에 도전이 있고, 도전이 있기에 국토지기가 있다! 국토지기 파이팅~!”


대원들이 토말비에 가 있는 동안에 본부팀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량 점검을 하고 짐 정리를 하면서 행진 일정을 확인했다.

대원들이 돌아오면 먹을 아침 식사도 준비하느라 바빴다.


첫째 날 아침은 컵라면이 주어졌다.

식사가 부실하다며 불평하는 대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군말 없이 잘 먹었다.


본부팀에서 전체 행진 일정을 다시 한 번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7월 11일부터 8월 2일까지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22박 23일의 대장정을 떠납니다.”

“해남을 출발해 장흥, 보성, 순천, 구례를 지나 지리산을 넘습니다.”

“함양, 거창, 김천, 상주를 지나 문경새재를 넘습니다.”

“단양, 영월, 평창을 지나 오대산을 넘습니다.”

“주문진, 양양, 고성을 지나 통일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하루 평균 약 30km를 걸어서 23일 동안 총 730Km를 걷게 될 겁니다.”


대원들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행군 준비에 들어갔다.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쓰고, 신발 끈을 다시 묶으며 각자 출발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았다.

민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가야 할 거리는 30km, 그 길을 정말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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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 대열이 길게 늘어섰다.

맨 앞에는 조장 이서연이, 중간에는 대열을 유지하는 조원들, 그리고 후미에는 예비역 박태성이 조용히 조원들을 챙기고 있었다.


처음 몇 킬로미터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도로 양옆에는 풀냄새가 퍼졌고, 아침 공기가 청량하게 피부를 스쳤다.

조원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천천히 속도를 맞춰 걸었다.


“야,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정하늘이 익살스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도 오래가지 않았다.

햇빛이 점점 강해지고,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허벅지가 타는 듯했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씩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민우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지만, 발바닥이 쿡쿡 쑤시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힘들다고?’

그는 자신의 체력이 이렇게까지 형편없었나 싶었다.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뒤를 돌아보니, 한 여학생이 발목을 잡고 앉아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의료팀 최지우가 급히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발목이 살짝 접질린 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냥 좀 아픈데”

여학생이 힘겹게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기우뚱했다.


박태성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이럴 때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앰뷸런스를 부를까?”


그러나 여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


민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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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이 되자, 조원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몇몇은 물집이 잡혀 신발을 벗고 치료하고 있었고, 일부는 체력이 한계에 가까운 듯 보였다.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신발 속에서 발바닥이 쓸리는 느낌이 들었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민우야, 괜찮아?”

정하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민우는 애써 웃어 보였다.

“괜찮아. 아마도.”


그러나 그의 얼굴은 지쳐 있었고, 땀이 눈으로 흘러내려 따가웠다.


그때 이서연이 다가왔다.

“다들 지쳐 보이네요. 하지만 우리 목적지는 아직 멀었어요. 지금 멈추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조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쳐 있었지만,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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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기온은 더욱 높아졌다. 몇몇 조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앞쪽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야, 누구 쓰러졌어!”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몰려갔다.

쓰러진 사람은 유민준이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호흡이 가빴다.

일사병이었다.


의료팀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최지우가 얼음물을 적신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올렸다.


박태성이 물을 가져와 조심스럽게 그의 입에 댔다.

“괜찮아? 정신이 들어?”


유민준은 힘겹게 눈을 떴다.

“괜찮아요. 좀 어지러워서.”


이서연이 고민에 빠졌다.

‘이제 겨우 반쯤 왔는데, 그를 계속 걷게 해야 할까?’


“잠깐 쉬었다 가면 좋겠어요.”

이서연이 행진팀에 건의했다.


이서연의 건의로 다들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서 조원들은 더욱 지쳐갔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중 몇 명은 도착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민우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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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후 다시 출발했지만, 조원들의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민우는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순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포기한다고? 아니 절대 그럴 수 없어!’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숙영지입니다!”

이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목적지가 보였다.

조원들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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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본부팀 캐노피 천막 텐트에서는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다.

본부팀의 회장과 총무를 비롯해 행진팀장, 의료팀장, 운전팀장, 시설팀장, 인원관리팀장, 촬영기록팀장, 이벤트팀장, 각 조장 등 20여 명이 모였다.

첫날부터 속출한 부상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요 논제였다.

행진팀에서 부상자들의 사례를 공유했다.


“한 남학생은 몸무게가 100Kg이 넘는데, 출발 직후부터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해서 중간중간 승합차를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한 여학생은 생리통 때문인지 출발할 때부터 표정이 어둡더니 배를 움켜잡고 고통을 호소해서 의료팀의 도움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또 다른 여학생은 현기증과 구토증세로 쓰러져서 길바닥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 했습니다.”


부상자들의 사례를 듣고 있던 회장이 말했다.

“부상자들이 속출했을 때는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도 아니고, 구름이 많이 끼어서 걷기엔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한지 2시간도 채 안되어 이런 일들이 다수 발생했는데, 과연 이네들이 완주를 할 수 있을까요?”


회장의 말에 임원진들의 대부분이 걱정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정적을 깨고 행진팀장이 입을 열었다.


“첫날부터 부상자가 속출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없었습니다.”

“무조건 숙영지까지는 가야한다고 행진요원들과 조원들이 격려하고 응원해준 덕분입니다.”

“예정보다 조금 늦긴했지만 어찌되었 건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행진팀장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회장이 물었다.

“부상자들에 대한 나름의 대책이 있나요?”


행진팀장이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매일 아침 점호를 할 때 부상자들을 미리 파악하고, 행진 중에 갑자기 발생하는 부상자들은 의료팀에서 케어하면 좋겠습니다.”

“걷기가 많이 힘든 경우 중간중간 승합차를 이용하게 하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119 구급대에 요청해서 도움을 받도록 조치하면 될 것 같습니다.”


회장이 말했다.

“네, 좋은 의견입니다. 내일은 행진팀장의 말 대로 부상자들을 관리해 보도록 하지요.”

“전체 일정 중에 이제 하루를 소화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힘을 합쳐 부상자 문제를 잘 해결했듯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도록 합시다.”

“대원들 챙기느라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다들 가서 좀 쉬어요.”


본부팀 회의에서 회장은 쉬라고 당부했지만 어떤 팀장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회의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각 팀별 요원들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회의 내용 전달을 위한 얘기가 시작되자 또 다른 얘기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각 팀별 텐트는 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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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m를 걷고 난 뒤, 피로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지리산 등반이 기다리고 있다. 극한의 도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 민우와 조원들은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전국 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Since 1999) http://www.kuk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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