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2030 대한민국 - 기본의 나라 10화

에피소드 10: 드론택시의 이면

AI시대 2030 대한민국 - 기본의 나라


에피소드 10: 드론택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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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서울 강남. 도로 위의 소음은 줄었고, 하늘 위의 움직임은 늘어났다. 드론택시. 도심 간 평균 소요시간 6분, 탄소 배출 제로, 충돌률 0.0002%. 도입 초기에는 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출근길 무정차 옵션, 하늘에서 병원과 관공서를 바로 잇는 ‘속도 기반 삶의 질’의 핵심 인프라였다. 그러나 이 하늘길은 모두에게 열린 것이 아니었다.


김현서, 26세. 성북구 하월곡동 거주. 공공이동 등급 B2. 기본 대중교통은 무료 이용 가능, 그러나 드론택시는 ‘자유 이용권 없음’. 현서는 보급형 단말기를 쓰는 ‘시간형 시민’이었다. 정부가 AI 기본교통 혜택을 나눠준다고 했지만, 드론택시는 프리미엄 등급 전용이었다. 기본권이란 이름은 있었지만, 등급은 여전히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매일 버스를 갈아타고, 지하철 두 번을 더 타고 강동구 공유 오피스로 출근했다.

“하늘은 평등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동하는 방식은 늘 아래를 걷는 식이야.”


현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드론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그는 어딘가에서 늦어지고 있었다.


정부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기본권의 확장이라 불렀다. 그러나 실제로는 ‘에어패스 이용 자격’이라는 명칭 아래 소득, 직종, 건강, 활동 반경 등 정량 조건이 우선되었다. 즉,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멈춰 있는 사람은 더 멈춰야 했다. 현서는 그날, 출근길 사고로 지하철이 멈춘 뒤 45분을 더 걸어야 했다. 그때 하늘을 스쳐간 드론택시엔 ‘에어패스 플래티넘’이라는 문구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드론택시 회사 ‘에어웍스’는 기술 공공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인프라를 구축했고, 정부는 이용자에게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결국, 돈 낸 자가 먼저 하늘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현서의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다. 지상택시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요즘 1시간에 한 번 손님을 받는 날도 있었다.

“하늘은 늘 비어 있는데, 우린 발바닥이 닳게 땅을 돌고 있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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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하 PD는 ‘기본사회 속, 계층의 재구성’이라는 프로젝트로 이동의 불평등을 취재 중이었다. 그는 현서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했다.

“속도는 사람을 줄 세울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하죠.”


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사람은 이유가 있고, 느린 사람은 변명이 필요해요.”


그 말은 짧았지만 무거웠다.


강동구 일대에 새로 조성된 ‘하늘공공권역’. 정부가 시범적으로 ‘월 1회 드론 이동권’을 제공한 지구였다. 현서는 회사 추천으로 그 실험 대상이 되어 생애 첫 드론택시를 타게 되었다. 예약 앱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누르자 “탑승까지 남은 시간: 3분 40초”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륙 순간, 그는 자신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리고 이동 중 드론창 너머를 내려다봤다. 아래의 사람들은 작았고, 그의 과거가 그 틈새에 놓여 있었다.


탑승 이후, 그는 인터뷰 대상자 자격으로 ‘이용 후 감정 기록지’를 받았다.

“편리함: 매우 만족, 이질감: 존재, 감정 요약: 초월감과 거리감이 동시에 있음”


그는 마지막 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처음으로 빠르게 가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곳에는 ‘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서는 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시민포럼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한 청소년이 말했다.

“드론택시요? 전 아직 타본 적 없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다들 탄다고 해요. 전 그냥 ‘속도에서 밀린 존재’ 같아요.”


그 말은 현서의 마음에 깊이 꽂혔다.


며칠 뒤, 교통정책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현서는 자원봉사 스텝으로 참여했고, 패널 중엔 드론택시 기획자도 있었다.

“드론은 기술이고, 기술은 진보입니다. 우린 모두를 위하죠.”


그 말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모두요? 나는 아직도 30년 된 엘리베이터도 못 믿는데, 왜 당신들은 모두를 대신해 결정하죠?”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그달 말, 도심항공청은 ‘에어 모빌리티 공공화 발표회’를 열었다. 공무원, 정책기획자, 시민 대표가 나란히 앉았다. 한 기술관은 말했다.

“우리는 이제 ‘속도의 평등’을 실현해야 합니다.”


현서는 질문자로 발언 기회를 얻었다.

“속도를 평등하게 나눈다면서 왜 먼저 움직일 자격을 계산하는 건가요?”


청중은 조용했고,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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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현서는 버스에 올랐다. 그는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고 싶다.’


그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하늘은 열렸지만, 누구나 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걷는 동안 더 많은 걸 배웠다.”


진유하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장면. 드론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소설책을 읽고 있는 한 청년. 자막이 떴다.

“속도는 기술이 정하지만, 방향은 사람이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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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 11화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AI 판결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모든 재판은 확률과 알고리즘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눈물과 피고인의 침묵 사이, 숫자로 해석되지 않는 ‘인간의 말’은 어디에 남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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