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이후

뉴질랜드 이야기

by 뉴질남편

정말 힘든 이민생활 가운데 한 단계 한 단계 비자 문제를 해결해 가며 영주권까지 해결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민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영주권을 한국에서 받고 온 사람, 쉽게 쉽게 영주권이 된 사람(쉬운 영주권은 없다. 다른 이의 영주권이 자기에 비해 쉬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배우자를 통해서 영주권을 받은 사람 등등 영주권이 해결된 것뿐이지 사실 그 이후 달라지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삶은 똑같이 흘러가고 무엇을 먹고살까라는 고민은 언제나 남아 있다. 점점 벌어지는 자녀들과의 문화적 간격. 해야 하는데 하지만 하지 않는 영어 그리고 점점 퇴보하는 영어실력, 결국 사람은 편한 곳에 자리를 피기 마련이기에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소속된 공동체에서만 영향을 받으며, '영주권 만 받으면 이렇게 해야지'라는 꿈과 비전을 현실 안에서 하루하루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실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어려운 것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잠시 해야겠다고 하던 그 일, 그 노선을 갈아타기가 정말 어렵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고대, 연대, 등등의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을 살려 뉴질랜드에 와서 그 일을 계속하면 좋으련만, 영주권 핑계로 자신이 원치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그 일이 결국에는 족쇄가 되어 이민 인생 전체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어떤 일이 귀하다 어떤 일이 천하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이민 와서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결국에 발목을 잡는 것은 영어. 대학을 들어가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영어, 다른 직장에 들어가려고 해도 영어,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도 영어, 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가며 내가 경험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때 처리하는 것도 결국엔 영어다.

돈이 많아서 영어가 되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길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국인만큼 성실하며, 한국인만큼 똑똑하며, 한국인만큼 발전하고 진보하기를 소원하는 민족이 세계 곳곳에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똑똑하기에 이민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멋진 경력과 지혜를 뉴질랜드 사회에서 한인 공동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사회 전체 안에서 사용하고 발휘하는 1세대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결과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영어"다.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불편하지만 성장이 있는 제대로 나아오기란 이민을 각오하고 내 조국을 떠나오는 것보다 더 쉽지 않다. 또한 안전지대를 나의 보금자리로 생각하며 만족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괜히 설교조로 성장의 지대로 나아오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을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다 마음속에 품고 있음을 잘 알기에 더더욱 이런 주제는 더 조심하게 된다.

영주권 이후, 더 꿀 수 있고 품을 수 있고 자기 몸을 던질 수 있는 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주권 이후, 고국을 떠나오던 그 비장한 각오와 마음속에 그리던 그 소원들이 현실 속에 이루어지면 좋겠다.

영주권 이후, 안전한 정체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는 성장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영주권 이후, 비자 없는 설움의 그 나그네 심정을 잘 알기에 여정 가운데 다른 나그네를 만나면 그 나그네를 위해 진심을 다해 복을 빌며 그의 여정을 응원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그리고 우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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