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생각
중학교 3학년, 모의고사를 보면 1등부터 마지막까지 그 결과를 이름과 성적을 기재하려 교실 밖 복도 벽면에 붙인다. 그저 점수일 뿐인데 그게 나의 미래를 결정하고 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스템 속에 길들여져 숫자라는 사람의 정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려면 시험 180점, 체력장 20점을 합하여 200점의 시험 점수 중에 170점을 맞으면 공부 잘한다는 사대부고, 150점을 맞으면 공주고, 그 이하면 영명고 순으로, 숫자로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 자신이 그런 능력과 그런 그룹과 그런 존재로 분류된다.
고등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부 잘하는 특별반, 그저 그런 보통반. 단지 조금 더 외우고 조금 더 답안에 정답을 적어 넣을 뿐인데 왜 그런 능력이 내가 돼야 하는지, 나 자신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할 수는 없었는지 되물을 의문조차도 갖지 못했던 것이 한국의 현실이 아니었을까?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나 자신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환경에 길들여져 있는 나로서 숫자가 올라가면 나를 남보다 더 낫게 여기고, 숫자가 내려가면 나를 남보다 더 낮게 여기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