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아버지가 완전히 회복하셨지만 미래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멀쩡히 건강하게 살아계시는 분들에게 죽음을 언급하는 것이 불효로 느껴질 수 있지만 죽음 이후에 우왕좌왕하는 것보다는 계획된 장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큰 효도라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례지도사와 만남을 갖고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다 알아본 후에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빠,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든 아빠가 먼저 돌아가시든 우리 집은 삼일장은 안 할 거야. 내가 해외에 사는 이상 삼일장은 할 수 없어. 일단 만약에 한국에서 아빠나 엄마가 하늘나라 가시면 냉동고에 최소 일주일간 모실 거야. 입관예배, 발인예배, 무슨 예배 다 없애버리고 가족장으로 하자. 삼 일간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식사하고 밤새도록 손님 받는 것이 별로 안 좋은 모습인 것 같아. 일단 내가 오는 대로 가족끼리 모여서 충분히 슬퍼하고 울고 이야기 나눈 다음에 화장을 할 거야. 그리고 그다음 주에 한 날을 정해서 교회 하나를 빌리거나 강단을 빌려서 ”The celebration of life” 예배를 드릴게. 거기에는 정말 엄마와 아빠를 귀중히 여기고 사랑했던 가족과 그동안 목회했던 교회 교인들 중에 초대할 사람만 초대해서 딱 하루 예배를 드릴 거야. 예배 구성은 지금 살아계실 때 틈틈이 같이 준비해 보자”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아들이 생각을 많이 했네, 예배는 어떻게 할 건데?”
“목사들 불러봤자 봉투 주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싫으니까 내가 직접 인도하고 진행할게. 먼저 찬송가 하나 부르고 약력 소개하고,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서 아빠와 소중한 추억을 나눈 교인들 3-4명만 알려주면 내가 그 사람들 초대해서 그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거야. 물론 나하고 아빠 며느리하고 손녀손자가 먼저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에. 그리고 식사는 육개장 이런 거 안 하고 간단히 떡이나 손으로 집어먹는 걸로 끝낼 거야. 그리고 부조금은 안 받겠지만 그래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아빠가 원하는 곳에 기부할게. 그리고 광도도 해야지. 이 부조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조금을 주신다면 어디 단체에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
”아들이 생각을 많이 했네. 아들 말을 따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