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떨어진 회사에 3번을 지원했더니 전화가 온다. 전화가 와서 나 이번이 세 번째니 잘 좀 부탁드린다고 대답을 했다. 매니저가 깜짝 놀라더니 꼭 한번 보자고 인터뷰 날짜를 잡는다.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미 많이 당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이제는 기대도 안된다. 냉장고 한 켠에 붙어놓은 기도제목이 무색하다. 처음 뉴월드에서 일할 때 지원서를 넣었을 때는 한 번에 채용이 되고, 두 번째는 한 번에 채용되고, 세 번째 회사는 지원했을 때 골라먹는 재미같이 골라갔기에 비록 네 번째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했지만 바로 다섯 번째도 붙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기다림으로 기다림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그리고 절망은 푸념과 더불어 체념으로 이미 변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 번째 지원한 회사에 갔다. 세 번째 인터뷰 때는 나도 회사가 궁금해서 인터뷰 보러 갈 때 따라가서 아내가 인터뷰를 보는 동안 나는 차 안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 앞에 지원자가 굳은 표정의 얼굴로 회사에 나와 차에 탄다. 그 차에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남편이 아내를 차 안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아내의 경쟁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분이 나온 후에 아내가 들어갔다. 3-40분 간의 인터뷰가 끝난 후에 아내가 시원하다는 듯한 얼굴로 건물에서 나온다. 어떻게 되었느냐 묻고 싶었지만 본인이 제일 힘들기에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한참 집에 돌아가는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업무에 대해 묻기보다는 성격이 어떤지 문제 해결을 어떻게 했는지 화를 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에 시원하게 모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나와서 후회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왔고 인터뷰를 본 그 주간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메일 알람이 울렸다.
"We are pleased to advise that you have been successful..."
기뻐야 하는데 기쁘기보다는 기분이 조금 어벙벙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문자를 보내왔다. 그렇게 결국은 해내고 마는구나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쏟아놓았던 불평과 불만 그리고 핀잔과 후회의 말들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이 기회에 직장에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4개월의 구직기간 동안 그동안 지원했던 지원서들과 인터뷰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런 실패의 과정과 거절의 경험들이 아내를 단단하게 했고 뻔뻔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포장하고 있는 척하고 아는 척하는, 고객들이 보기에 좋은 붕어빵에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살아있는 활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직장은 1월 29일 바로 내일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