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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

작가 생각

by 뉴질남편

처음 이민을 오면 영어를 금방 정복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한 달 만에 정복하는 영어, 보카 22000 이런 책을 열심히 파보고, 영어를 쓸 기회가 오면 듣던지 아니 듣던지, 맞던지 틀리던지 입 밖으로 영어를 쏟아낸다. 시간이 지나 열정은 시들시들 해지고 일상의 반복적인 생활의 루틴 속에서 쓰던 단어, 쓰던 문장만 접하고 생존이 가능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 시간은 지나고 그동안 공부했던, 안다고 생각했던 영어까지도 가물가물 해지고 나와 함께 있던 지인 중에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영어를 유창히 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며칠 불붙지만 그 불은 휘발유로 점화된 불이기에 계속 지속되지는 않는다. 큰 마음을 먹고 학교에 들어가 본다. 도움이 아주 없다고 볼 수 없지만, 또 한계에 부딪히는데 이 산을 넘기가 참 쉽지 않다.

처음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용감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모르는 것을 공부로 채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기에 그냥 모른 채로 산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더 이상 예전처럼 용감할 수는 없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주눅이 든다. 영어는 자신감? 모르는데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영어울렁증은 괴롭지만 생존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에 그냥 산다. 생존에 영향이 오면 당연히 공부를 하겠지만, 그 수준만으로도 생존은 가능하기에 그 수준 이상을 뛰어넘을 의지를 갖기란 웬만한 각오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가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다 따라오는데 뭔가 10%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 10%는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이지만, 채우려 하지 않는다. 채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고, 눈치로 지금까지 또 살아왔기에...

여기서 초중고를 안 나오고 그냥 생존 영어로 바닥에 헤딩하며 배운 영어이기에 나의 부족함은 60% 이상이겠지만, 채우지 않아도 살만하다는 이 게으른 마음이 영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잘하고 싶다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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