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져야 할 때.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사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뭔가 우리집인데 우리집이 아닌 거 같은 조금은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아기용품으로 가득한 집의 모습도 그러했고 우리 셋의 모습도 조금은 어색한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불과 보름전만해도 나와 신랑단 둘뿐이었는데 이렇게 셋이라는 이 느낌이 뭔가 음...기분좋은 어색함이라고 해야하나?? 처음 느껴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또 한번의 놀라움 같은거였겠지? 그와 동시에 내가 부모가 됐다는 사실이고 말이다. 곧 적응되겠지? 이 집의 모습도 우리 셋만의 생활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 셋만의 생활은 일주일 뒤 부터 하는 걸로 해야될 것 같다. 끝난 것 같았던 나의 산후조리를 너무나 감사하게도 시어머니께서 일주일 더 봐주시기로 하셨기때문이다. 나 혼자 타지에서 아이를 돌볼생각을 하니 어머님의 마음이 편치않으셨던 거 같다. 집에 오니 따뜻한 미역국을 한 솥 해놓고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거기에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친정엄마의 정을 난 어머님에게서 느낄수있었다. 그러다 진짜 친정 부모님이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지만말이다....이제 더 강해져야하는데 이상하게 부모가 되고나니 더 아이처럼 엄마 아빠를 찾게 되는거같다...아이가 나를 찾았던 것 처럼 말이다.
난 그런 아이를 위해 아이가 바로 잘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범퍼침대와 기저귀, 물티슈, 가재손수건를 배치해놓고 범퍼침대 사이드엔 초점책과 흑백모빌도 배치해두었다. 알아보니 흑백모빌은 색깔과 명암을 구분하지 못하는 신생아의 시력발달에 좋다고 한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검색을 하며 따라 꾸민 아기자기한 이 공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도 마음에 드는지 처음엔 조금 칭얼거리다가 언제그랬냐는 듯 분유를 먹자마자 잠이들었다. 분유도 조리원에서 먹던 양 보다 더 많이 먹고말이다. 3시간이었던 수유텀도 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난 새벽에도 뜬 눈으로 아이의 모유수유와 분유수유를 번갈아가며 밤을 새는게 일이 되었긴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의 수유간격이 일정하고 또 기저귀가 젖거나 배가 고파서 깨는거 말고는 칭얼거리는게 없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아직 발도 나의 엄지손가락만한 작고 작은 아이. 언제 커서 아장아장 걸어다닐까? 솔직히말하면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너무 기쁘긴하지만 나의 생활이 조금 더 힘들어지긴 했다. 자는시간도 없어졌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금방지치고 모유수유때문에 먹는것도 쉽지 않아졌다. 그냥 모든 생활들이 쳇바퀴 돌리는 것 처럼 늘 똑같고 힘들어졌다. 하지만 자는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난 태어나서 한 일 중에 아이를 낳은 것이 가장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정도로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기때문이다. 나도 조금씩 변하는중인 것 같다. 작은냄새 하나에도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응아 싼것도 너무 예쁘고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그저 새로움과 기쁨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하루는 칭얼거리고 또 하루는 순둥이가 되는 우리 아가. 매번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아이의 패턴에 밤만되면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잘 먹고 아주 잘 자주는 아이가 난 너무 고맙다.
내일도 우리 잘해보자꾸나.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