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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Jan 24. 2018

18. 퇴실의 두려움.

산후조리원 생활 3 - 그리울거야 조리원 생활.



조리원생활 9일차

오늘도 어김없이 난 7시 모자동실을 시작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너무 울어서 그런지 내 눈은 퉁퉁 부어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다시금 웃음이 나는 것 같다. 모유 먹을 시간. 아직 직수로는 모유을 잘 먹지 않는 아이를 안고 나는 바로 유축한 모유를 젖병에 담아 먹였다.





책에서 보니 4주동안은 아기에게 젖병에 담아 먹이면 아기가 젖병에 길들여져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난 아이가 안먹는것 보단 이렇게라도 먹는게 좋을 것 같아서 (만약 끝까지 직수가 안된다면) 이 방법으로 라도 먹일예정이다. 어차피 나중에 분유를 먹게되도 젖병을 사용 해야하는데 그때 너무 젖을 먹던 아기들은 또 젖병을 거부한다고도 하니까 난 그냥 이 방법으로 가보려고한다. 괜찮겠지?


모자동실이 끝나고 쉬는 시간. 육아정보를 알아보고 있는데 신랑이 왔다. 어제 울면서 전화를 했던게 마음이 쓰였는지 신랑은 일어나자마자 왔다며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주었다. 역시 이 산후우울증은 호르몬때문에 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제일 특효약은 바로 신랑의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신랑과 잠시 외출을 하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진짜 외출할 날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병원간날 빼고 ) 진짜 열흘만에 바깥구경을 한 날이었다. 폭염이라 살이 뜨거웠긴했지만 그래도 잠시동안의 외출이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조리원에 와서 잘 챙겨먹고있지만 신랑은 혼자 있으니 매번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만 먹어서 마음이 늘 편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든든한 밥이라도 먹고 있는 신랑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안쓰럽게 느껴지는지.. 신랑도 많이 고생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요즘인 것 같다.





조리원 생활 10일차.

조리원에서도 나름 월요일병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주말은 프로그램이나 마사지가 없어서 뭔가 한가한 느낌이 드는 편인데 월요일부터는 오전/오후 프로그램도 있고 또 난 마사지까지 예약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뭔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같다. 그 안에 모유수유는 당연하게 있는 것이고 말이다.


오늘은 나를 포함한 4명의 산모들이 퇴실교육을 들었다. 각각 자신의 아기 자료를 가지고 교육에 들어갔는데 원장님께서 수유방법이랑 분유 먹이는 방법 그리고 젖병소독, 산욕기관리, 아기 목욕방법 등을 가르쳐주셨다. 설명을 들을 땐 쉬워서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에가서도 이렇게 바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든 이론과 실기는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퇴실교육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를 주문했다. 분유는 바로 바꾸는 것 보다 조리원에서 먹이던 것을 주다가 바꾸는게 좋다고 하셔서 난 이 곳에서 쓰던 분유와 기저귀를 주문했다. 이렇게 주문하고 나니 뭔가 진짜 육아가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저녁 모자동실 시간. 때마침 신랑이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영상통화를 했다. 그런데 난 그와중에 신랑의 모습보단 그 영상을 통해 보이는 엉망진창인 집안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도저히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래서 아이를 신생아실에 데려다주고 짧게 외출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가는 길. 가는길에도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엉망된 집을 보니 그 생각들이 바로 들어가버렸다. 청소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받았던 물건들을 한쪽에 모아서 정리하고 냉장고 안에도 먹지 않아 오래된 음식을 버리고 정리 했다. 그 밖에도 화장실청소, 거실, 안방, 옷방도 청소기를 돌리고 닦고 하였다. 어느새 온몸이 땀 범벅. 잠시 비운집인데 몇 달을 비운 느낌이들었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청소하고 나니 속은 시원했다. 그렇게 아이를 맞이할 준비 70%를 하고 서둘러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밤 11시30분. 이 시간이면 아이가 분유를 먹을 시간. 서둘러 깨끗히 씻은 다음 아이에게 갔지만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울 수 가 없어서 모유만 유축해서 신생아실로 가져다주었다. 뭔가 정신없이 바빴던 오늘. 이제 이게 일상이 될텐데 미리 했다고 생각해야겠다.





조리원 생활 마지막 날.

뭔가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덤덤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했던 날. 난 마지막 모닝 유축을 하고 모자동실을 했다. 그래도 집에 갈때가 되니 처음 모유가 100ml가 넘게 유축됐다. 이제 직수를해도 문제 없겠단 생각이 든다. (정작 아이는 잠만 자다가 신생아실로 보내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되니 드디어 아이의 배꼽이 떨어졌다! 다들 10일 안에는 떨어진다고 하던데 우리 아가의 배꼽은 어제까지도 너무 잘 붙어있어서 집에가서 어떻게 배꼽을 소독 해야하나 걱정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딱! 하고 배꼽이 떨어졌다. 한도의 한숨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좋음도 잠시. 내일 퇴실할 생각을 하니 다시금 입맛이 없어졌다. 그래서 이 날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내일부턴 진짜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텐데 벌써부터 무서워 지는 이 기분은 뭘까?  ‘내가 잘 할 수있을까??’ 하는 이런 불안한 질문들만 계속 되풀이하게된다. 어차피 해야하고 겪어야 할 일인데 말이다. 또 산후 우울증이 올 것만 같다. 그래도 이제 난 엄마니까 잘 할 수 있겠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될 육아. 아가 우리 잘해보자꾸나.



그리울거야
조리원에서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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