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생활 2 -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
조리원 생활 4일차
이제 조리원 생활은 어느정도 적응 된 것 같은데 아직 아이의 돌발행동에는 적응하지 못한 듯 하다. 4일째 되던 날. 그렇게 잘먹고 잘자고 순하던 아이는 갑자기 칭얼거리는게 많아졌다. 잠도 깊게 자지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날은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하였다. 차마 그런 아이를 신생아실로 보낼수가 없었기때문이다. 걱정된 마음에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 다음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침이 되니 다행히 아이의 컨디션은 돌아온 것 같았다. 언제그랬냐는 듯 쌔근쌔근 잘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몸살이 온 것 처럼. 그래서 아이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쓰러지듯 늦은 오후까지 잠을 잤다. 아침, 점심도 포기하고 말이다. 그러다 ‘웅~’하는 문자진동에 잠이 깼다. 참고로 이 날은 아이가 태어난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이 문자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했던 여러가지 검사에 대한 결과 문자였다. 제일 첫번째 검사내용은 아이의 혈액형이었다. 언젠가 신랑은 아이가 AB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신랑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는 나와 같은 A형이 나왔다. 왠지 순할 것 같은 느낌. 사실 난 A형이었으면 하고 바라긴 했었다. 소프트한 남자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황달수치도 정상이라고 나왔다. 얼굴이 다른 아기들 보다 조금 노란빛을 보이는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밖에 기형아 검사 및 다른 검사는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 더 걸린다고 하니 아마도 난 그 결과가 나올때까진 또 긴장된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아무튼 뭔가 한 것도 없는데 뭔가 힘든 하루. 이 날은 유축 해놓은 모유도 없었는데 무심하게도 수유콜은 계속 울리고 있다.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모유유축을 해야할 것 같다. 조리원생활 5일차. 오늘도 왠지 모유수유로 시작해서 모유유축으로 끝날 것 같은 하루다.
조리원생활 8일차
조리원생활 8일째.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유축을 했는데 모유가 90ml나 나왔다. 이제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다. 정작 아이는 잘 빨지 않지만 말이다. 한 5분 빨면 뱉어내서 요즘은 유축해서 젖병에 담아서 먹인다. 그래도 분유보단 모유가 나으니 이렇게라도 먹이는게 엄마로써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이 날은 출산 하고 처음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가는 날이었다. 나름 일찍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병원엔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도 못먹고 갔는데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길어지는 시간만큼이나 혼자 놔두고 온 아이 생각에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왔다. 결국 난 1시간 40분을 기다린 끝에 진료를 받을 수있었다. 그런데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 임산부들을 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배가 불러서 검진을 받으러 다닌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출산하여 이렇게 검진을 받으러 오다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검진을 받을 때도 말이다. 분명 예전과는 다른 감정이들이었다. 다행히 나의 검사결과는 좋았다. 수술부위도 잘 아물고 있고 오로도 많이 빠졌다고 회복이 빠르다고 말씀 하셨다. 그리고 열심히 좌욕하라는 말씀과 함께 5주 뒤, 산후검사때 보자고 선생님께서는 덧붙여 말씀 하셨다.
그런데 검사를 끝내고 조리원으로 돌아가는 길. 뭔가 이때부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리원으로 와서 늦은식사를 하는데도 그랬고 말이다. 하필 이 날은 조리원에서 퇴실한 산모들도 5명이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식사시간도 뭔가 휑하고 조용했던...뭔가 하루종일 이상한 기분이었다. 결국 난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모유를 유축하는데도 눈물이 났고 자면서도 눈물이났다. 뭔가 불안한 마음들..난 스스로에게 자꾸 묻고 있었다. ’저 작은 아이를 내가 잘 키울수있을까?’ 하고 말이다. 갑자기 친정아빠 생각도 났다. 그냥 뭔가모를 계속적인 우울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결국 이 날 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대성통곡하면서 말이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산후 우울증은 아니겠지??
벌써부터 우울해지는 마음들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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