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한 달_ 밤낮이 없어지다.
출산 한지도 어느 덧 한 달째. 이제서야 왜 조리원을 천국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적어도 그땐, 적어도 어머님이 계실땐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하루 한끼 챙겨먹는 것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쩜 살기위해 먹는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저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신경쓰게 되는 요즘이다. 태어난지 한달. 그사이 아이는 부쩍이나 목의 힘과 다리의 힘이 강해졌다. 내 품에 안겨있을때에도 얼마나 목에 힘을 주고 악을 쓰는지 이젠 오래 안고 있지도 못할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아이가 성장해가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난 오늘도 인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점점 체력이 고갈되어 걱정이긴 하지만말이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신랑찬스를 쓰는편인데 신랑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니 진짜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어있는 것 처럼 너무 작아보여서 애처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이를 안고 있는 신랑의 모습도 그러하고말이다.
사실 부쩍이나 밤에 더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아이의 일상에 신랑도 조금 지친듯하다.
그 말로만 듣던 등센서(눕혀 놓으면 아기가 깨는 현상) 로 인해 안아서 몇시간을 토닥토닥해서 재워도 눕혀 놓으면 바로 깨니 솔직히 엄마인 나도 힘이 들긴하다. 하지만 그럴때 마다 아이를 더욱 꼭 안아주게 되는 건 언젠가 스치듯 보았던 한 글 때문이다. 이렇게 아기가 밤에 잠 못 들고 칭얼대는 이유가 자신이 죽게 될까봐 무서워서라고. 사실 그 말이 맞든 안맞든 상관없이 그 글을 본 뒤로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에 엄마의 심장소리, 엄마의 냄새가 있어야 안정이 되는 아이를 보며 난 그냥 아이를 더욱 안아주기로 했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말라고 말이다.
무서워말거라 우리아가
엄마가 지켜줄게.
처음.
오늘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주사를 맞는 날이다.
모든게 처음. 외출하는 것도 처음. 나 역시 혹시나 모를상황을 대비해서 에코백에 아이의 기저귀와 분유, 가재수건, 물티슈, 보온병(따뜻한물)등을 챙겨서 갔다. 주사 맞기 1시간전에 수유를 하고 가야된다고해서 말이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이미 아이 또래의 신생아들이 많이 와 있었다. 다들 엄마와 아빠가 같이 와서 주사를 맞히는 것 같았다. 일단 난 보건소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번호표를 뽑고 영유아 예진표를 작성했다. 이때 챙겨야할 준비물이 아기수첩과 주민번호인데 이건 예진표를 쓸때 필요한 것 같았다. (나도 처음인 순간들) 일단 아이의 예진표를 작성해서 접수를 하고 접종 순서를 기다렸다. 그런데 하나 둘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면서 우리아가 역시 저렇게 울까봐 지레겁이났다. 두근두근 드디어 내차례! 그런데 아이는 주사 맞기전부터 이미 우렁차게 울어댔다.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옷을 벗기니 놀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또 특이한 건 그렇게 울다가 주사를 맞을 때는 뚝하고 울음을 그쳤다. 그 모습을 보고 나와 신랑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웃겨서말이다.
그렇게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또 아빠 품에 찰싹 달라붙어서 잠을 청했다. 다들 주사 맞고 나면 그날 아기들이 많이 칭얼거린다고하던데 우리아가는 신기하게도 그 날 평상시 보다 더 칭얼거림 없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다. 고생했어. 아가.
그런데 아직 맞아야 할 주사가 더 많이 남았다...이렇게 작은데 아직 너무 작아서 난 아이의 팔 하나 잡는 것도 겁이나는데 맞아야할 주사가 많이 남았다니...그래도 우리 아가 처음 맞는 주사도 잘 맞았으니 다음에도 그렇게 할 수 있지?
너에겐 모든게 다 처음일 순간들.
그 순간들을 엄마와 함께
하나씩 해보자꾸나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