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걸 좋아하는 아이.
걸음이 빠른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나다.
처음엔 단순히 차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계속 그렇게 걷다보니
처음엔 1시간 걸리던 거리가
다음엔 50분이 걸리고
또 그 다음엔 40분
또 그다음엔 그의 절반인 30분으로
조금씩 시간이 단축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좋았다.
운동 신경이 좋아진 건 줄알고
하지만 빨리 걸으면서 생겨버린 잘못된
걸음걸이 때문에 몸에 적신호가 오기시작했다. 골반은 뒤틀리고 발 뒤꿈치에 생긴 염증에 하체부종까지. 코끼리 다리가 따로 없었다. 밤 마다 겪게되는 다리 통증까지도.
그러던 어느날 외출 할 일이 생겼다.
뭔가 빨리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3시에 잡혀있던 약속인데
2시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약속장소까진 버스를 타면 다섯 정거장.
걸어서가면 1시간. 기다렸다가 가면되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또 조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1시간이 걸리는 그 거리를 그냥
걷기로 했다.
그런데 걸어가던 중
오늘만나기로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차가 너무 막혀서 30분정도 늦는다고.
안그래도 일찍 나왔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앉아있기도 애매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그냥 조금 더 천천히 걷기로 했다.
평소같으면 30분만에 걸었을 거리를
1시간이 걸리도록 천천히 걷기시작했다.
그런데..예전 처럼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골반도 아프지 않았다.
조급해 하던 내 마음도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져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횡단보도 앞.
파란불의 신호등 숫자가 6초를 남겨두고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기다리기 불안해서 뛰기에 바빳던 나였는데 오늘은 시간이 많아서 그냥 다음 신호를 기다리기로 했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을 생각.
예전에는 느낄수 없었던
여유와 편안함이였다.
그렇게 계속 난 걸었다. 아주 천천히.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걸음이 빠른게 아니라
빨리빨리 하려던 나의 습관이 만들어 낸
나의 나쁜 버릇 중 하나 였던 것 같다.
가끔은 천천히 가는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