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게 없다고 느낄 때.
'얘들아 나 이번 휴가때 유럽여행 갈거야'
'너네들은 결혼자금 얼마나 모았어?'
'나 오늘 백화점에 갔었는데 (명품)이 가방 너무 예뻐서 큰 맘 먹고 질렀어 예쁘지?'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들이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나 여행,쇼핑에 관한 이야기. 다들 열심히 살고 또 열심히 살려고 여행도 하고 저금도 하고 자신을 위한 선물도 사고 하는건데 요즘 난 이런 얘기를 할 때면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나 역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저 친구들처럼
살기가 힘드니. 지금껏 내 삶도 꽤 나쁘지 않은 삶이라 자부하며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의 연봉에서 부터 차이가 나니 괜스레 비교 아닌 비교에 열등감, 자격지심까지 생기게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학교 다닐때부터 나에게 꽤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 약속장소에 먼저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걸어들어오는 친구의 모습에서부터 아우라가 비춰졌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한 친구의 모습.
친구가 앉자마자 멋있다는 말만 하다가
우리의 나이도 나이니만큼 언제 결혼을 할꺼냐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결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해. 그냥 결혼은 안해도 되니까 지금 갚아야하는 빚만 없었으면 좋겠어' 라고.
나의 눈높이가 높았던 걸까.
아니면 나의 욕심이 커져가고 있었던걸까.
아무리 붓고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이 쏙 빠져나가서 사는게 재미없다고 까지 말하는 친구 앞에서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거라고 통장만 보면 신세한탄만 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열망만 했던 어리석었던 지난날들. 이 날.
나 자신에게 실망도했지만 또 한편으론
지금 이라도 내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 나름대로의
자기위로 아닌 위로를 하게 되었다.
가진 게 없다고 느낄 때,
그래서 몸서리치게,
나 자신이 작아 보일 때,
아주 작게 읊조리게 되었다.
'그래, 돈 모은 거 없으면 어때.
빚 없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