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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inertalknet Apr 19. 2022

실력과 경험에 근거한 독일의 인사

인사시스템

실력과 경험에 근거한 독일의 인사

제니퍼 모건독일 외무부 차관으로 미국인인 제니퍼 모건이 선임되었다. 그녀는 국제 기후 정책을 담당할 예정이다. 독일 국적이 아닌 사람에게 고위직을 맡기는 독일의 인재 채용 방식은 우리 한국인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매우 놀랍다. 우려의 시선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말미에 우수한 평가를 받을 것이고, 인사의 새로운 스탠다드가 생길 것이라 반쯤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독일 축구계에서 파격적으로 보이는 듯한 인사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대 축구감독

율리안 나겔스만 TSG 호펜하임 첫 인터뷰


Ich bin davon überzeugt, dass wir es mit der Mannschaft besser Fußball spielen können und dass mit der Mannschaft besser schaffen können
 
우리팀이 축구를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팀과 함께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율리안 나겔스만 분데스리가 TSG 호펜하임 감독 선임 후 첫 인터뷰


현재 세계 최고 축구 클럽 바이에른 뮌휀의 수장인 율리안 나겔스만은 20대의 나이에 성인 프로팀 감독으로 선임되며 독일 축구계에 센세이셔널한 바람을 일으켰다. 강등 직전의 팀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인 4위를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스리가에 진출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나겔스만은 프로 산하 유소년 팀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로 본인의 재능을 증명했지만 동일한 척추 부위를 세 번 연달아 다치며 4-5부리그를 전전했고 결국 성인팀에서 데뷔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하지만 은퇴 후 '고등부 분데스리가'에서 TSG 호펜하임 팀을 우승 시키며 지도자로서 역량을 보였고, 팀 수뇌부의 선택을 받아 1부리그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다.

나겔스만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호펜하임 스포츠 디렉터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Er ist junger Mann, aber kein junger Trainer
그는 젊지만, 젊은 트레이너는 아니다


율리안 나겔스만은 젊기 때문에 감독이 된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경험이 많이 때문에 감독이 되었다.

아마추어 출신 축구감독

도메니코 테데스코(좌)와 율리안 나겔스만(우)1985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두 살 무렵에 부모님과 함께 독일로 이주한 도메니코 데테스코(좌)는 축구를 좋아했지만 프로선수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취미로 축구를 하며 학사로 토목공학을, 석사로 기술경영을 졸업하고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퇴근 후에는 축구 코치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다. VfB 슈트트가르트에서 인정을 받으며 풀타임 직업을 제안 받았고, 기존 직장을 포기하고 축구계에 발을 딛었다.

독일 축구 지도자 최상위 과정인 Fußball-Lehrer 에서 이 아마추어 출신의 감독은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나겔스만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이 곧 좋은 트레이너의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나겔스만이 성인팀 감독으로 데뷔한 다다음 시즌, 테데스코는 명문팀으로서 위상을 잃고 있던 샬케04의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테데스코의 샬케는 분데스리가에서 2위를 기록한다. 


남자축구계에 등장한 여자감독 


나이가 어린 감독 그리고 아마추어 출신 감독이 연달아 성공하며 분데스리가 감독들의 평균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에 독일 축구계는 남자 축구계에 여자 감독을 선임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암케 뷔벤호르스트는 독일 4부리그 팀 스포츠프로인데 로또 감독을 맡았고, 지금은 3부리그 빅토리아 쾰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암케 뷔르벤홀스트그녀와 인터뷰 중 한 기자는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옷을 빨리 입을 것이냐고 질문을 했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질문 :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옷을 빨리 입으라고 할 것인가?
답변 : 당연히 아니지. 난 프로야. 우리 팀 선수들 성기 길이 잴건데.


인터뷰 전문을 보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살펴보자.

질문 : 걔네들 성기 길이 재야지!" 라고 말한 것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후회한적 있나요
답변 : 아뇨. 제가 만약 "내 코치가 먼저 가서 볼 거야" 라고 말하면 질문을 계속 이어나가야 했겠죠. 저는 제 발언이 유명해질 거라 생각 못했어요.  단지 멍청한 질문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강하게 한 방 먹이는게 효과가 있죠. 유능한 트레이너가 아니라 말 많은 멍청이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걱정되기도 하지만 멍청한 질문에 강하게 답변하는 것은 가끔 좋은 효과가 있어요.


질문 : 선수들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답변 : 저는 신속히 대처했어요. 너희 바지 안에 있는 것에 관심이 하나도 없다고 선수들에게 확실히 말했죠. 제가 얼마나 전문적이고 의사소통을 하는지 운동장에서의 모습만 판단받는게 맞아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저는 이 질문을 이어나가길 원하지 않았어요.


질문 : 감독으로서 선임 됐을 때, 어떤 종류의 과대한 언론 관심이 있었나요?
답변 :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고 국제적이죠. 여성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이 어디에든 있어요. 축구만 그렇지 않죠. 하지만 이런 과대한 관심은 바라지 않았어요.


다시, 대한민국 정치

선출직 공직자 수 차이대한민국과 독일의 사회와 정치는 매우 다르다. 그렇기에 인사 기준도 매우 다르다.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이 바로 중앙정부 혹은 대권에 데뷔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볼을 잘 다룬다고 초등학생 축구 선수를 성인 경기에 투입하는 모습이랄까.
 
유럽은 10대 후반 정치인들이 기초자치단체 아래 단위부터 다른 정치 꿈나무들과 경쟁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유소년 정치인'들이 중앙정부까지 진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구수에 비해 독일과 한국의 선출직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독일은 8천 4백만명 대비 선출직이 약 34만명인 반면, 한국은 5천 2백만명 대비 약 4,300명 뿐이다.

대한민국의 인사는 어떤가. 성공적 신화나 파격적인 스토리만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져 나온다. 젊고 잘할 것 같은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2022년 대한민국 인사 현주소는 아래와 같다. 아직도 나이, 출신, 지역 등이 기준인 것 같다.


결론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아 저 선수, 어린 선수인데도 참 침착하네요" 혹은 "어린 선수지만 대담한 플레이를 하는군요" 같은 이야기다. 고등학생이지만 이 선수의 국제 경험이 20대 중반 프로 선수보다 많을 수 있고, 고등학생이지만 이 선수의 큰 경기 경험이 A매치에 데뷔해 20대 중반 후보 선수보다 많을 수 있다.

국적, 성별, 나이는 언론이 파는 착시 현상 혹은 상품일 뿐. 독일의 인사는 늘 새롭고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실력과 경험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인사는 한 적 없다. 취임도 하기 전, 전문성이 부재한 인물들로 장관을 연달아 후보자로 내세우며 떠들썩한 어느 나라와는 다르다.


축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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