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상.담.실
태곳적 사라진 별 하나가 멍울 터진 석류처럼 밤하늘에 흘려놓은 붉은빛을 딸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이름을 묻는다.
집어치우자, 무슨 한량도 아니고 세상에 나 없어도 글 쓸 사람은 차고 넘친다 했던 그날, 아이는 똑같이 컴퓨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책은 언제 나와?
아마 카시오페아라든가 북두칠성이 되고 싶었던 게지. 이 아빠라는 사람은... 그래서 이름 없는 별이 될까 무서웠던 게지, 이 바보는...
아이는 계속 이름 모를 별의 이름을 나에게 묻는다.
석류처럼 붉은 멍울이 터지며 사라져 가는 별인지, 암흑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양수를 터트리며 잉태하는 샛별인지, 항성 옆에서 빛을 쬐고 있는 행성인지 난 말해줄 수 없었다.
다만 세상의 모든 화덕과 오븐 속에서 익어가는 1천억 개의 빵 중 하나일 뿐인 아내의 타르트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고 아이에게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