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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06. 2021

<비 오는 아침 단상>

곰곰 살피면 풀 한 포기조차 우주의 신비이다


<비 오는 아침 단상>


빗물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신비롭다. 


이 빗방울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것을 보는 나,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까? 


곰곰 살피면 풀 한 포기조차 우주의 신비이다. 


과학이든, 종교이든, 신화이든, 그 어느 것도 이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태어나 자라고 죽는 신비를 요령 있게 풀어내지 못한다. 


태어난 모든 것은 사라진다. 

시간조차 영속적이지 않다.


나는 어느새, 유년에서 소년으로 청년에서  중년을 거쳐 장년을 지난다.

우리네 삶은 순간, 순간, 찰나의 삶을 살 뿐이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도 없다.


아무것도 갖고 갈 수 없고 어느 곳으로 가는지도 모른다.

앎은 과거뿐,  아침에 저녁도 모르고 내일은 더욱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생각이라는 놈이 만무방이다. 

이리저리 전광석화처럼 치닫는 생각을 따르자니 심신이 수고롭다. 


이 생각의 수원지는 어디일까?

요동치는 생각의 시작은 어디고 종착지는 어디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가? 

나는 내 길을 제대로 가는가?


가을비 오는 아침, 단상(斷想)은 길고 글은 짧다. 

가을비가 가을바람을 데려왔나 보다. 

휴휴헌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비 오는 날이 참 좋다.


이냥저냥 생각을 하게 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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