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저 아까운 모 다 밟힌다.”
신재효의 재기와 함께 소리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신재효는 많은 광대를 길러냈는데 이런 일화가 있다.
한 번은 광대가 단가를 소리하는데,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는 첫머리를 벼락같이 질러댔다. 그러자 신재효가 “나는 백구가 멈추기는커녕 자든 백구도 놀라 달아나겠다.” 호통을 쳤다한다. 백구가 날지 않게 하려면 작은 소리를 내야 할 것이리라. 그런데 소리를 벼락같이 질렀으니, 노래 가사와 행동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말이다.
“저 아까운 모 다 밟힌다.” 역시 이와 같은 경우이다. 광대가 <농부가>를 부르는데, 모를 들고 꽂는 시늉을 하며 앞으로 나오기에 호통을 친 것이라 한다. 모를 내면 뒤로 물러서야지 앞으로 나오면 그 모가 다 밟히지 않겠는가.
작은 일화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신재효의 소리에 대한 애정을 어림할 수 있는 일화인 듯하다. 이 일화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토별가와 신오위장>(『문장』 2권 5호, 문장사, 1939)에 보인다.
‘내 삶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이런 애정이 있는가?’를 반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