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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Nov 25. 2021

전(全) 전(前) 대통령의 죽음을 보며

조선 후기 실학인(實學人)들의 삶이 더없이 고결하다.


“거참, ‘그 사람’ 그런 면이, 나를 선생으로 깍듯하게 대우하더군. 미리 수업 준비도 해놓고 질문도 많고.” 1998년쯤 필자가 한학연수기관인 <유도회(儒道會)>에 다닐 때 선생님께 들은 말이다.


저 문장에서 ‘그 사람’이 엊그제 이승을 달리한 고(故) 전(全) 전(前) 대통령이다. 처음 전(全) 전(前) 대통령이 유도회에 한학을 배우겠다고 청했을 때 선생님들께서는 꽤 고심을 하셨다. 논의 끝에 저런 분일수록 가르쳐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수업을 다녀오신 선생님께서 가끔씩 전하는 이야기 중 한 토막이다.


이 외에도 선생님께서 전언한 이야기로는 결석하는 날은 문상(問喪)이 있는 날이란다. 문상은 집안에서 청소하는 이까지 반드시 가고, 문상 간 장례식장의 다른 상가(喪家)도 ‘전직 대통령인데’라며 모두 들린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하는 열의도 높고 의리도 꽤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고 나이도 향년(享年) 90세이다. 하지만 전(全) 전(前) 대통령 삶의 귀결은 저 ‘초라한 가족장’이 반증해준다.


하지만 전(全) 전(前) 대통령 삶의 귀결은 저 ‘초라한 가족장’이 반증해 준다. 필자가 얻은 답은 모두 제대로 된 공부(실학:實學)가 안 되어서다. 공부란 박학(博學, 널리 배움), 심문(審問, 자세히 물음)에서 시작하여 신사(愼思, 신중히 생각함), 명변(明辨, 분명히 판단함)을 거쳐 마지막으로 독행(篤行, 오로지 행함)이다.


즉 배운 지식은 있으나 실천하는 행동이 없으니 쿠데타, 광주학살, 반란수괴죄 및 살인, 뇌물수수 등등 오욕(汚辱)의 삶을 살게 된 게 아닐까? 배움을 제대로 실천할 줄 아는 이라면 어찌 저러한 삶을 살겠는가. 


그러고 보면 조선 후기 실학인(實學人)들의 삶이 더없이 고결하고 우리에게 지남(指南)으로서 역할을 넉넉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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