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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Nov 24. 2021

<기인기사> 강의를 하며

세상에 어섯눈 뜨면서, 이상한 어르신들을 꽤나 본다

<기인기사> 강의를 하며


세상에 어섯눈 뜨면서, 이상한 어르신들을 꽤나 본다. 정치인이라, 사업가라, 선생이라, …, 부르건만, 이상하게도 품새가 영 불리는 것과는 딴판이다. 겉볼안이거늘 저리도 실상과 탯거리가 어긋나니 식겁할 뿐이다. 누구는 개골창도 없는데 다리를 놔 주겠다고 입심을 있는 대로 뽑고, 누구는 맘몬(Mammon)을 교주로 받들며 행복의 절대자니 믿으라 으름장을 놓잖나. 


또 누구는 여봐란듯이 꾀바른 글로 재주놀음을 펴거나 순결한 영혼에 불량한 사자후를 토해 넣는다. 이들 뒤엔, 뒤질세라 생게망게 이상한 일들도 살풍경하니 여간 따라붙는 게 아니다. 저렇게 세상을 지탱하는 ‘정치’와 ‘경제’, ‘문화’라는 삼두마차는 삐걱거린 지 오래된다. 도덕과 정의가 인간의 변방으로 축출된 자리에는 병리학적 징후들이 은근한 눈짓으로 난장질이다. 더하여 천하의 기이한 재간으로 셈 빠른 잇속과 너나들이 해대며 세상을 속여먹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영 안됐다.


그래 꼭한 예사내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허리에 중동끈 잔뜩 조르고, 마음을 도스르고 당조짐에 뼈물고 나선들 세상사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다고 중뿔나게 나서 훈수 한 판 두자니 말만 귀양 보낼 테고, 국으로 가만있자니 멋쩍기도 하여, 그저 강파른 삶의 비탈길에 두엇 모여 ‘떡 해 먹을 세상’이라고들 먼발치에서 고시랑 고시랑 댈 뿐이다.


사실 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이 가위눌리는 세상에서 세끼 밥 먹고 등걸잠이나마 지샐 곳을 마련한다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기가 막힐 일도 하 많아 때론 ‘콧구멍 두 개이길 잘했지’하고 가슴팍을 쓸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 힘은커녕 입심조차 없어, 애성이난다 해도 입을 앙다물고 세상과 왕배덕배 시비를 따질 주제도 못 된다. 이쯤 되면 산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요, 살아가는 우리 또한 기인이니, 꼭 이 강의의 문패인 ‘기인기사(奇人奇事)’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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