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개만도 못하게 이 세상을 산다.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1788년~1856) 선생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경사편을 읽으며 무릎을 친다.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짖는다.”
서너 칸 밖에 안 되는 내 서재 휴휴헌, 책으로 뱅뱅 둘러 싸여 그나마 더 좁다. 어제는 안회(顔回)의 안빈낙도(樂道安貧)가 보이기에 책을 내동댕이쳐버렸다.
오늘 이른 아침, 서재를 오다 개 산책시키며 개똥 줍는 사람을 보았다.
‘사람 똥이라면 따라다니며 주울까?’
곰곰 생각할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은 개만도 못하게 이 세상을 산다. 예의, 정의보다는 불의, 요령이 세상살이에는 더 편리하고 그런 사람들이 더 잘 산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내일모레 일은 더욱 아니다. 유사 이래로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 것이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하늘은 바야흐로 걸(桀, 하(夏) 나라 때 폭군으로 주(紂)와 함께 악인의 대명사)을 잘만 돕는다. 이 좁은 서너 칸 휴휴헌을 채운 책 속 글자들이 갑자기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잘만 짖는다.”
췌언: 사실 나를 저 개처럼 대접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