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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Nov 30. 2021

등태산이 소천하가 아니라 등한라산이 소천하이다

등태산이 소노하고 등한라산이 소천하이다

등태산이 소천하가 아니라 등한라산이 소천하이다


선인들의 문에 대한 이해는 전래의 삼재론三才論으로 ‘천지문天之文’과 ‘지지문地之文’, ‘인지문人之文’이 있다고 이해하였다. ‘천지문’은 일日․월月․성星․신辰이고, ‘지지문’은 산山․천川․초草․목木이며, ‘인지문’은 시詩․서書․예禮․악樂으로 사람이 표현한 글이다. ‘천지문’이나 ‘지지문’은 말이 없다. 말을 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지문’이다. 


대다수 선조들은 안타깝게도 ‘인지문’의 전형을 한나라와 당나라의 글들에서 찾았으나 연암 선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인지문’은 전범이 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언어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의 주체는 사람이기에 형용도 증거도 모두 사람이 해야 되는 것이고, 그러자니 작자는 자기의 모든 창의적 능력을 동원하여, 가장 적확하게 인지문을 써야 한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앞 문장을 곰곰 새기며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맹자》〈진심장구〉상을 본다. 이 말은 배웠다 하는 이들이 흔히 호연지기를 운운할 때 곧잘 들먹인다. 공자님께서 이 태산에서 세상을 작게 여겼다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산이 되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이라는 시조도 그래서 나왔다. 


도대체 태산이 얼마나 높을까? 찾아보니 겨우 해발 약 1,545m에 지나지 않는다. 한라산의 1,950m보다는 405m 낮고, 2,744m인 백두산에는 1m 모자라는 1,200m 차이이다. “등태산이 소노하고 등백두산이 소천하이다” 아니, "등태산이 소노하고 등한라산이 소천하로"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저 시절이 아닌 이 시절, 아직도 제 것을 작게 여기고 남의 것을 무조건 높이는 치들이 지금도 허다하기에 써 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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