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히만 쇼>를 보고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저 악인마저 사진 속에서 너무나 평범하다

by 휴헌 간호윤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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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 쇼>/ 감독: 폴 앤드류 윌리엄스/출연: 마틴 프리먼, 벤 로이드 휴즈, 안소니 라파글리아/개봉: 2015 영국


<아이히만 쇼>는 아우슈비츠의 비극, 유태인 학살을 저지른 아이히만 재판을 다룬 영화이다.


아이히만은 독일 나치스의 친위대 중령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책임자였다. 그는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쳤으나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에 처형되었다.


영화의 앵글은 ‘아이히만’을 좇는다. 그의 표정은 건초더미보다 초라한 주검을 구덩이에 쓸어 넣는 불도저를 보고도 미동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수백만 유태인을 학살한 주범의 잔인한 미소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유태인을 학살하고도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 하였다. “악의 평범성”은 예의 바른 선인과 무례한 악인은 따로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준다.


대한민국 국민을 분노케 한 ‘최순실 게이트’ 또한 평범한 한 여인에게서 비롯되었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 또한 평범한 대한민국의 시민이다.


평범한 나다. 언제든 선과 악을 넘나들 수 있다는 말이다. 악의 숙주가 악이 아닌, 악의 평범이란 역설이 놀랍다. 이쯤 되면 악은 마치 늘 입맛을 당기는 구순욕구(口唇欲求)의 충족물로도 환원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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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저 악인마저 사진 속에서 너무나 평범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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