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를 보고

저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by 휴헌 간호윤


<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 김홍도金弘道, 17451806(?)


탕건을 쓴 선비가 소를 타고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그런데 소의 눈망울과 선비의 시선이 비껴있다. 소는 제 갈길 위해 앞만 보고 소 잔등에 걸터앉은 탕건 쓴 선비는 소 걸음 아랑곳없이 놔두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낮술 한 잔 드셨나 본데 저 멀리엔 물새만 난다.


김홍도는 못다 한 마음을 중앙에 이렇게 놓아두었다.


꽃은 떨어져 강물 위로 흐르는 데 한가한 물새 울고 落花流水閒啼鳴

일체 간섭하는 일 없으니 땅 위의 신선이로구나 一事無干陸地仙


이 시구는 중국 당(唐) 나라의 시인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와 유사하다.


꽃은 떨어져 강물 위로 흐르는 데서 세상 넓은 줄 알고 落花流水認天台

술에 반쯤 취하여 한가롭게 읊조리면서 혼자 돌아오네 半醉閑吟獨自來


늦봄, 낙화(落花)에 자신의 심정을 비겨 쓴 시이다. 세상과 불우를 한 잔 술로 달래려니 쇠잔(衰殘)한 자연이 그대로 내 마음이다.



김홍도는 저러한 자들이 ‘신선’이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야만 신선인 줄 알았는데 퍽 많은 신선이 여기에 있었나 보다. 저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여기에도 저기에도, 회재불우(懷才不遇,재주를 품고 있으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한 신선들이 꽤 많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석 마지막 강의>를 읽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