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킬로그램의 인간학

나는 향원은 아니 되련다

by 휴헌 간호윤


“간 선생, 살이 빠졌어요.”

어제 모처럼 마음이 동한 자리, 지인이 나를 가만 보더니 한 말이다. 지인은 전 주에도 만났고 전 주에도 내 몸무게는 그대로 78킬로그램이었다.

10월, 20킬로와 42,195킬로미터의 두 번의 마라톤 완주 후 11월 중순쯤부터 내 몸에는 변화가 왔다. 82킬로그램을 오가던 몸무게가 시나브로 3-4킬로그램 빠져버렸다. 뱃살도 들어가고 얼굴은 홀쭉해졌다. 이제는 작년 이맘때 입던 옷을 입지 못할 정도이다.

그 뒤로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 몸의 변화를 아는 이와 모르는 이로 나뉘었다.


이상한 것은 내 몸의 변화를 눈치챈 이가 나와 가깝고 멀고는 상관없다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어떤 이는 나와 소 닭 보듯 무덤덤한 사이인데도 알아보고 어떤 이는 나와 임의롭건만 전혀 모르는 눈치이다.

어제 지인은 내가 ‘형님!’이라 부르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다.(난 장남이어서인지 ‘형님’이란 칭호에 익숙지 못하다) 그런데 전 주에는 전혀 몰랐던 것처럼 어제는 살이 빠졌다고 한다.

가만 생각하니 어제 저 이가 나에게 대하는 것도 전 주보다 살갑게 느껴졌다. 지인이나 나나 웃음도, 말수도 많아졌고 자연 마음도 동하여 꽤나 즐거웠다.

그러고 보니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인간학은 출발하는 것 같다. 혹 누가 살이 빠졌는지 유심히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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