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곳이 소성(邵城, 인천의 옛 이름) 인근이라 소성주를 가끔씩 사다 먹는다. 내 띠가 또 소띠라 소 그림 디자인이 정겹다.
그러다 가가대소(呵呵大笑)하였다.
소 그림에 ‘소 우(牛)’자가 아닌, ‘낮 오(午)’자가 아닌가.
그래, 전화를 걸었다.
“‘낮 오(午)’로 되어 있으니 ‘소 우(牛)’로 바꾸세요.”
그러나 저쪽에서 건너온 대답은 '심드렁~'
#2
그런데 10분쯤 후에 저쪽에서 목소리가 바뀐 전화가 왔다. 이번엔 야무진 여성이었다.
“자축인묘~아시죠. 12간지(干支) 중, 거기서 '오(午)'가 소잖아요. 그러니, 그게 소에요.…”
‘12간지도 모르세요’라는 듯 야무지게 설명을 한다.
가가대소(呵呵大笑)!
대충 짐작해보니 아마도 작년이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라 그린 듯한 데, 또 어안이 벙벙.
“이런, 일곱째 지지 '오(午)'는 소가 아닌 '말[馬]'이에요. 또 소 축(丑) 자는 그렇게 안 써요. 이것은 낮 오(午) 자에요.”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하더니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하며 끊었다. 무어라 할지 참 궁금하다.
#3.
대 반전을 기대해본다.
?
#4.
끝내 전화는 오지 않았다. "수정하겠습니다." 한 마디면 되는 것을, 꼭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5.
이 글을 본 분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저 그림은 말이 아닐까요? :) 그래서 일곱간지인 '오'를 적어 놓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잘못 보았다. '소성주'라 당연히 소 그림으로 본 것이다. 말 그림이 맞다. 오른쪽 귀퉁이에 '말이야 말걸리야'가 써있다. 보고도 보지를 못했다.보고 싶은대로만 보았다.
#6.
'소성주'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어제 전화한 사람입니다. 제가 잘못 보았습니다. 소 그림이 아니라 말이군요. 당연히 12지지로 '오'가 맞습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ㅎㅎ 그렇네요. 정말 이제 보니 소가 아니라 말이네요."
야무진 여성도 소 그림으로 보았나보다. 웃으며 전화를 받아주었다.
얼마를 더 살아야할까. 이런 경우가 어디 이뿐이랴. 글 한 줄 말 한 마디 삼가고 삼갈 일이다. 남에게 충고는 더욱 하지 말아야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방안풍수가 알고보니 나더라. 내가 나에게 가가대소를 한다.
#7. 미안한 마음에 소성주를 두 병 샀다. 아! 이번에는 쥐 그림으로 바뀌었나? 그런데 - 의기양양 소성주-가 보인다. 그림도 잘 보니 양이다. 그러니 지지로 양인 -미-가 맞다. 이 소성주 디지이너는 12달을 12지지에 맞추어 말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런 깊은 뜻이 있는 것을 모른 내가 정녕 가가대소다.
옆을 보니 사랑의 열매도 둘렀다. 이래저래 나보다 차원이 높은 소성주다. 앞으로 나는 소성주를 진정한 주님으로 모시고 자주 가르침을 받아야겠다. 그리고 어디가서든 절대 아는 척을 안 할 것이다. ㅡ소성주에게 무참하게 무너진 날ㅡ
소성주 회사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더니 작년 대학생 대상으로 12간지 디자인 공모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