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헌 간호윤 Mar 05. 2022

두 권의 책

내 책 또한 '누군가에게 저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언젠가 써 둔 글을 읽으면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아래 글을 읽다가 내 책 또한 '누군가에게 저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주일 전, 분리수거의 날.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폐휴지 자루에 들어 있는 두 권의 책을 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소소한 줄거움을 짜릿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더욱이 이런 책에는 책 소유주의 이런저런 사연도 배여있다. 더욱이 두 권은 항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들 아닌가. 얼른 꺼내 먼지를 툭툭 털어내니 상태가 새 책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항간에 베스트셀러라 그렇게 낙양지가를 올리던 책 아닌가. 보풀이 일도록 읽어야할 책인데, 왜 이런 책을 버렸지?'라는 생각을 하며 서재에 갖다 놓았다.
빨리 보고 싶었지만, 벌초에, 새학기 수업 준비에, 논문에, ---,




그렇게 며칠이 흐른 오늘에야 비로소 책장을 넘겨 보았다. 밑줄에, 메모까지 책 주인은 이 책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역력했다.



그러나 44쪽에서 밑줄이 끝났다. 뒤는 깨끗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보지 않은 듯했다.

한 권은 아예 줄을 그은 흔적도, 그렇다고 책을 본 손기척도 별반 느껴지지 않았다. 

두 권을 함께 버린 것으로 보아 책 소유주는 한 사람이고 책 내용으로 보아 나이는 40쯤 전후의 셀러리맨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는 이 두 권의 책에서 세상사는 지혜를 배우고자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던 듯하다.

이제 내가 이 두 권 책의 소유주로서 읽어 보았다. 두 권의 책, 책장을 펴고 덮는데까지 채 10분도 안 걸린 듯하다. 카프카의 <변신>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조선소설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