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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r 21. 2022

사람을 거울삼으면

서늘한 마음으로 아침부터 서둘러 닦고 닦는다.

구리로 거울삼으면 내 의관을 바로잡고 以銅爲鏡可以正衣冠

옛날을 거울삼으면 나라의 흥망을 알고 以古爲鏡可以知興替

사람을 거울삼으면 얻고 잃음이 분명하다 以人爲鏡可以明得失


당태종의 말이다. 위징이 죽자 당태종은 이렇게 비탄해하였다.


“짐이 항상 거울 세 개를 지니고 내 허물을 예방하였는데, 지금 위징이 죽으니 마침내 거울 한 개를 잃었다.”《구당서 권71 위징열전》


거울로 거울삼고 옛글로 거울삼는 것이야 누구야 못하겠는가. 다만 어려운 것은 사람이다. 시나브로 내 주위에 사람이 없다. 거울삼을 사람은 물론이고 거울삼을만한 사람조차 귀하다.


오늘, 제자 두어 명이 온단다. 30년 전 고3 담임을 찾는 제자이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받은 날부터 기다려졌다. 문득 ‘저 제자에게 나는 어떠한 거울일까?’라는 생각이 매섭게 다가선다. 내 거울은 거울도 아니요, 옛글도 아닌,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었다. 내 거울에 혹 먼지나 끼지 않았는지 서늘한 마음으로 아침부터 서둘러 닦고 닦는다.


30년 전 제자들과. 좌로부터 3학년 2반 반장,  현 목사님, 그리고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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