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평생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매력 있으면서도 두려운 거야.
<스위밍 풀> 감독:프랑소와 오종/출연:샬롯 램플링, 루디빈 사니에, 찰스 댄스, 마크 페욜르/개봉:2003. 08. 22.
영화가 10분쯤 흘렀을까? 여주인공 이름을 찾아보았다. 샬롯 램플링(1946~), 영국 출신으로 우아한 음성과 세련된 표정, 절도 있는 대화와 도도한 몸가짐으로 영화에 몰입감을 준다.
“책은 표지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냐.”
대마초는 안 피우게 생겼다는 줄리의 말에 사라 모튼이 하는 말이다. 꽤 눈에 익은 포스터였다. '왜 포스터만 보고 이 영화를 이제야 보는지.' 모튼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영화 마지막 부분의 반전, 감독을 다시 찾아보았다. 프랑수아 오종(1967~ )이다. 프랑스 태생의 감독으로 스토리가 수작(秀作)이다.
스토리(시나리오)는 감독에 의해 인물, 배경, 사건으로 엮어진다. 주동 인물은 사라 모튼(샬롯 램플링 분)과 줄리(루디빈 사니에), 여성 둘로 단순하다. 추리작가 모튼이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해 우울해하고 연인이자 출판사 사장인 존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자신의 별장을 추천한다. 줄리는 존의 딸이다.
아버지의 애인이자 50대 초반의 지적인 추리작가 모튼, 애인의 딸이자 20대 초반의 싱그러운 육체를 가진 줄리의 만남은 불편한 화음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프랑스 남부의 따뜻한 기후와 한적한 별장, 넓은 풀장이 사건을 만드는 배경으로 들어오며 이야기는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 사건은 이 배경과 어우러지며 50대와 20대, 절제된 세련미와 싱그러운 육체의 방황이란 비대칭의 간극을 교묘히 파고든다.
사건을 만드는 감독 시선은 두 여성의 욕망을 줄곧 좇는다. 감독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은 추리작가 모튼의 욕망(글쓰기)이 욕망한(육체) 곳이다. 바로 푸른 하늘을 담아낸 풀장을 배경으로 누운 줄리의 가무스름하면서도 싱싱하고 발그레한 육체이다. 이 젊음이란 육체에서 상상력이 나오고 스토리가 전개된다.
모튼과 줄리, 그녀들의 불편한 화음은 격정을 거쳐 점차 잦아들고, 모튼의 소설 『스위밍 풀』에 비밀로 담긴다.
소설과 소설적 진실의 몫은 독자이듯, 영화의 반전과 엔딩은 관객의 몫이다.(2003년, 20년 전 영화라는 점을 짚는다면 우리와 프랑스의 문화적 거리를 가늠키 어럽다.) 그 몫에 모튼은 이렇게 덧붙인다. “누군가가 평생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매력 있으면서도 두려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