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는다. 모처럼 요즈음에는 밥맛이 돈다. 나에겐 늘 닭 소 보듯 무심한 하늘이 그렇게 섭섭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ㅡㅡㅡㅡ.
갑자기 입안에서 큰 돌이 씹혔다.'웬 돌이 밥에ㅡㅡ'하고 뱉어보니 어금니 반 토막이었다. 한 달 전 병원에서 이 관리 잘한다고 칭찬(?)까지 들었기에 어이가 없다. 어금니 반 토막을 벌레가 깨끗이 자르기까지 통증 한 번 느끼지 못했다.
이미 밥맛은 밥상을 두어 개나 뛰어넘어 저만치 가 버렸다.
가만히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어금니 반 토막을 본다. 불과 조금 전까지 나였지만 이제 내가 아니다. 십여 년 전 충치를 씌웠으니 그동안 잘 버텨준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다.
토막 난 내 어금니는 갈 곳이 정해져 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내 육신은 부모 몸을 빌렸지만 내 갈 곳은 자연이다. 풀과 나무가 자라고 내가 밟고 다니는 흙으로. 누구나 그렇듯 반드시 육신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내 조상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러 저런 생각 해보니 토막 난 어금니는 나와 이별해 좋을 듯하다. 세상살이 힘들 땐 이를 갈았다. 그중 어금니가 가장 고생을 했다. 세상사 여유롭지 못한 60여 년, 절치부심 이를 앙다물고 산 적이 많았다.
사실 내 몸도 언젠가 나와 이별한다. 그게 세상 이치이다. 그러하니 그리 가슴 아파할 것도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못난 주인 만나 충치가 있어도 그 흔한 금을 못 씌윘다. 그래도 묵묵히 내 어금니로서 역할을 다했다. 제 목숨 다하는 그 순간까지. 모쪼록 토막 난 어금니가 나와 이별하고 세상사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한다.
"잘 가시게. 그동안 내 어금니로 살아주어 고마웠네. 자네를 위해 이 글 몇 자로 곡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