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을 가며ㅡ뛰며ㅡ오며

by 휴헌 간호윤


10윌 23일. 춘천마라톤을 뛰러 간다. 화두를 정해본다. "지금 나는 이 세상을 잘 보고 있나?"이다. 내가 이 세상을 보는 창은 언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 수준은 최악이다. 수준도 수준이지만 물질에 철저히 포위되어 있다. 선악 구별도 정범과 공범, 교사범 구별조차 쉽지 않다.





4시 기상. 5시 출발, 용케 택시를 만나 송내역 도착. 6시 10분 신도림에서 춘천 버스 승차.


어제 마지막 2킬로 뛰다가 왼쪽 대퇴부에 통증을 느꼈다. 약을 먹고 파스를 붙여도 낫지 않는다. 마라톤하며 이런 적은 처음이다.
















춘천마라톤 훈련기록이다. 전에 비하면 참 조촐한


훈련일지다. 부은 것 없는 만기적금통장을 들고 은행을 찾는 기분이 꼭 이럴 듯하다.




마라톤 하는 이유는 정의로워서다.정직해서다. 노력한 만큼만 뛴다. 몸에 걸친거라고는 달랑 반바지와 반팔티뿐.

















7시 45분 춘천 도착.

















이제 잠시 후 출발한다.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1.


드디어 42.195킬로미터 들어왔다. 사진을 보니 ㅡㅡ이 몸으로^^뛰었다는 게 참 신기할 정도다. 불과 코로나 2년 만에 몸이 저렇게 변했다. 허리둘레 배둘레헴이 요란스럽다.


뛰다보니 많은 주자들이 걷고 있었다. 모두 코로나로 인한 연습 부족이 아닐까?




돌아가는 길. 사고가 났단다. 차는 막히고. 갈 길은 멀다. 화두ㅡ지금도 생각하지만 알지 못하겠다.


도저히 이 세상을 알지 못하겠다. 마라톤 한 경기도 이렇게 사연이 많고 힘든데


어찌 저들은 저러한 신의 축복을 받을까?


선택권이 있다면 이러한 세상에 태어나고 싶을 사람이 있을까?




네 시간이 넘도록 뛰며 생각했지만 난 이 나라, 대한민국을 모르겠다. 이 나라 자칭 지도층의 막무가내식 삶도 그렇지만 국민들은 더욱 모르겠다.


2.


달리며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아마 기록에 욕심을 내어 다른 이들이 안 보였던 듯 하다. 바로 젊은이들과 나이 든 사람들의 뒤태다. 젊은이들의 매끈한 몸, 건강한 두 다리로 달리는 모습은 힘이 들어 보여도 아름다웠고 힘찼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의 앙다문 입과 거친 숨소리, 강마른 찡그린 얼굴과 휘청이는 다리, 균형을 잃어버린 몸은 세월의 연륜보다는 컥컥한 안타까움으로 읽혔다. 마치 늦 가을 앙상한 나무에 매달린 몇 남은 잎사귀처럼. 내가 나를 보아도 달리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언제까지 마라톤을 할지는 모른다. 마라톤을 마친 뒤, 그 성취감이 시나브로 잦아들 것만은 틀림없을 듯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운동도 다 때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상동 도서관 시민작가 교실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