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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Feb 22. 2023

<저 아까운 모 다 밟힌다>


<저 아까운 모 다 밟힌다>


판소리 이론가이자 작가인 신재효(申在孝,1812~1884)의 재기와 함께 소리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신재효는 많은 광대를 길러냈는데 이런 일화가 있다.


한 번은 광대가 단가를 소리하였다.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


첫머리를 벼락같이 질러대었다. 그러자 신재효는 이렇게 호통을 쳤다.


“나는 백구가 멈추기는커녕 자든 백구도 놀라 달아나겠다.” 



백구가 날지 않게 하려면 작은 소리를 내야할 것이리라. 그런데 소리를 벼락같이 질렀으니, 노래 가사와 행동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말이다.


“저 아까운 모 다 밟힌다.” 역시 이와 같은 경우이다. 광대가 <농부가>를 부르는데, 아마 모를 들고 꽂는 시늉을 하며 앞으로 나오기에 호통을 친 것이라 한다. 모를 내면 뒤로 물러서야지 앞으로 나오면 그 모가 다 밟히지 않겠는가.


작은 일화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신재효의 소리에 대한 애정을 어림할 수 있는 일화인 듯하다. 이 일화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토별가와 신오위장>(『문장』 2권5호, 문장사, 1939)에 보인다.


‘내 삶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이런 애정이 있는가?’를 반문해 본다.




태그#신재효#농부가#백구#단가#문장#글쓰기#노래#가사#삶 태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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