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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Jul 12. 2024

윤 대통령의 요지경 속, 술타령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62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372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62

윤 대통령의 요지경 속, 술타령


요지경(瑤池鏡), 상자 앞면에 확대경을 달고 그 안에 여러 그림을 넣어서 들여다보게 한 장치이다. 본래 신선이 산다는 구슬연못에서 유래하였지만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요지경 속 세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요즈음 한국의 대통령과 그 주변을 보면 저 요지경을 보는 듯하다. 그 요지경 중, 끈임 없이 화제가 되는 게 술타령이다. 그렇게 술을 잘 먹는다고 하여 하루가 멀다고 뉴스감이 된다. 얼마 전에는 군기훈련 도중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져 “젊은이 목숨 값이 당신에게 겨우 그 정도냐”는 비판을 받았다. 


해외 순방(스위스)을 가서도 “제가 이 홀로 들어오는데 술과 음식이 보이지 않아가지고 이렇게 손님들 초대해 놓고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준비가 됐다니 정말 다행입니다.”라 한다. 정말 국내 건 국외 건, 가는데마다 술타령이다. 오죽하면 <술잔 돌린 尹 대통령에 동아일보 “정신이 혼미한 듯한 尹 언제 깨어날까”>라는 기사도 보인다. ‘그래 이 정도로 술을 좋아하면 어느 수준일까?’하는 생각에 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조지훈(趙芝薰,1920~1968) 선생의 「주도유단(酒道有段)」을 읽어 본다.

 

선생은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며 술을 먹는 데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고 한다. 그러며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버릇’ 따위를 종합해 주도(酒道,술자리에서 도리) 18단을 만들었다. 


“부주(不酒):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9급, 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8급, 민주(憫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7급, 은주(隱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6급, 상주(商酒):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득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5급, 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4급, 수주(睡酒):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3급, 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2급, 학주(學酒):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주졸(酒卒)-1급.” 여기까지 살펴보니 저 위 윤 대통령의 술타령은 해당 급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수를 높여서 보자. 


“애주(愛酒):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주도(酒徒)-초단, 기주(嗜酒):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주객(酒客)-2단, 탐주(耽酒):술의 진경(眞境)을 체득한 사람/주호(酒豪)-3단, 폭주(暴酒):주도(酒道)를 수련(修練) 하는 사람/주광(酒狂)-4단, 장주(長酒):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주선(酒仙)-5단, 석주(惜酒):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酒賢)-6단, 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주성(酒聖)-7단, 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주종(酒宗)-8단, 폐주(廢酒):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涅槃酒)-9단.”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선생은 글 말미에 “술 좋아하는 사람 쳐 놓고 악인(惡人)이 없다”라 하였다. 그러나 저 이의 술타령과 하는 행태를 보면 위 문장은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결코 선인(善人)이란 생각이 안 들어서다. 그래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출두하기 전, 탐관오리 변학도 잔칫상에서 읊은 시나 되새김질해 본다. “황금 술통에 담긴 잘 빚은 술은 천 백성의 피요, 옥쟁반 위의 맛 좋은 안주는 만 백성의 고름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도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 원망소리 높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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